부모가 새벽 청소 일을 나간 사이 불이 나 10세·7세 어린 자매들이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이웃들의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는 지난 25일 화재로 두 자매를 잃은 유가족에게 애도의 마음을 담아 김영욱 구청장과 직원이 모은 성금 200만원을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고 27일 밝혔다.
부산진구는 희망복지안전망 사업으로 100만원, 사회안전망 강화 사업으로 300만원도 유가족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사고 소식이 알려진 후 부산진구 복지 담당 부서와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27일 오후 2시 현재까지 4명이 125만원의 성금을 기탁해 왔다고 한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성금을 기탁한 분들은 대부분 50~60대로, 자녀가 있으신 분들 같았다”며 “또 대부분 유가족과 같은 부산진구에 사는 이웃들이었다”고 했다. 이어 “‘숨진 자매가 다니는 학교 1회 졸업생’이라며 연락이 와 성금 기탁을 약속한 분도 계신다”며 “성금 기탁 등 관련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자매가 다녔던 초등학교에는 성금 기탁이나, 조문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학교에는 학내 구성원을 위한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학교 내 마련된 공간으로 남은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가야 하는 만큼 외부인의 출입은 정중하게 거절하고 있다.
한편, 지난 23일 오전 4시 15분쯤 부산진구 개금동에 있는 한 아파트 4층에서 불이 나 20분 만에 꺼졌다. 이 사고로 집 안에 있던 10살 언니는 현장에서 숨졌고, 동생은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 날 뇌사 판정을 받았다. 자매의 부모는 둘째 딸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고, 이식이 필요한 여러 환자에게 새 생명을 나누고 세상을 떠났다.
경찰과 지자체에 따르면 화재 당시 자매의 부모는 새벽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가 집을 비웠다. 부부는 어린 자매를 재우고 새벽 일을 나갈 정도로 살림이 넉넉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부산진구에 따르면, 자매의 부모는 지난 3월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생활고를 호소했다고 한다. 이웃들은 “아이들이 인사도 참 잘하고, 화목한 집이었는데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열 살, 일곱 살밖에 되지 않은 자매가 밝은 미래를 펼쳐보지도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났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진다”며 “어려운 형편으로 인해 어린아이들을 두고 이른 새벽 일터로 향해야 했던 부모의 마음을 감히 헤아릴 수 없다”고 위로했다.
이어 “이 참담한 슬픔 속에서도 유가족은 장기 기증이라는 결단을 내렸다”며 “또 다른 생명에게 희망을 전해 준 그 숭고함에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사회 안전망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