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구경찰청 1층 강당에서 생성형 AI 활용 경진대회가 열렸다. 마약수사계 안지원 경위(단상 위)가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마약 유통책을 붙잡은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이승규 기자

지난 23일 대구경찰청 1층 대강당에서 마약수사계 안지원 경위가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마약 유통책 ‘드라퍼(dropper)’를 검거한 사례를 발표하자 주위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드라퍼가 거래자에게 보낸 사진과 경찰이 수사를 통해 얻은 정보를 AI 프로그램에 학습시키자, 이 프로그램은 드라퍼가 사진을 찍은 기간을 대략적으로 도출해 냈다. 이 기간을 토대로 주변 방범카메라를 분석한 결과, 경찰은 지난달 1일 드라퍼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할 수 있었다. 안 경위는 “예전 같으면 두 달 치 방범카메라 영상을 일일이 봐야 했겠지만, AI를 활용해 시간을 대폭 줄이고 효율적으로 수사할 수 있었다”고 했다.

◇ AI로 범인 잡고, 보이스피싱도 막는다

대구경찰청은 ‘생성형 AI 업무 활용 경진대회’를 열었다고 24일 밝혔다. AI 기술을 경찰 업무에 활용한 사례들과 향후 현장에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를 서로 나누고 효율적인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개최됐다. 대구청 산하 14개 팀이 참가해 수사·범죄 예방·대민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의 활용 사례들을 선보였다.

형사과 백수현 경위는 AI를 활용해 1억이 넘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아낸 사안을 소개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제출한 계좌 내역이 담긴 피해 신고서를 AI 프로그램에 학습시켜 거래자가 평소와 달리 수천만원이 넘는 거액을 같은 날 여러 차례에 걸쳐 송금하면 프로그램이 이를 감지해 금융기관에 통보하는 식이다. 백 경위는 “평소와 다른 거래 패턴을 AI가 감지하는 방식”이라며 “지난달 30일 달서구의 50대 여성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1억 6000만원을 보내려다 대구청 프로그램에 감지돼 송금을 그칠 수 있었다”고 했다.

23일 대구경찰청 1층 강당에서 생성형 AI 활용 경진대회가 열렸다. 형사과 백수현 경위가 피해신고서 등을 AI 기술에 접목해 보이스피싱을 막은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이승규 기자

과학수사계 김연정 검시조사관은 색상 추출 도구와 AI를 활용해 변사자의 사망 추정 시점을 파악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김 조사관이 AI 프로그램에 변사자의 사진과 부패한 부분의 색상 번호를 올린 뒤 “(사망자는)부패 상태로 얼굴 건조 현상을 보이는 50대 후반 남성, 간경화가 있다. 부패색으로 사망 시간을 추정해달라”고 입력하자 이 프로그램은 사망 후 5~10일 이상 경과했다는 정보와 함께 법의학 근거를 첨부해 답변했다. 김 조사관은 “변사자의 사망 추정 시간과 사망 원인의 경우, 의사가 단독 진단할 경우 정확도가 40%지만, AI와 협업할 경우 60%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검시 현장에서도 AI가 도움이 되는 셈”이라고 했다.

이날 경진대회에선 음성 녹취 증거물을 문자로 변환하는 방식과 불법 사이트를 AI 프로그램에 학습시켜 위법 게시물을 자동 선별하는 수사 기법을 보여준 디지털포렌식계가 1등을 거머쥐었다. 이치훈 경정은 “AI를 활용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사이버상 불법 정보에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 인권, 교통, 훈련...전방위에서 AI 활용

이 밖에도 교통안전계에선 난폭운전 등으로 도로 안전을 위협하는 대포차(차량 등록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차)의 이동 경로 등을 분석해 운전자의 생활 근거지와 출몰 지역, 시간대 등을 파악해 단속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동대에선 AI가 분류한 연령별 체력에 따른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제안했고, 집회 인원 및 군중 밀집도에 따른 위험과 예상 상황 등을 현장 통제에 적용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감사계에선 AI 프로그램의 번역 기능으로 피의자 권리 고지 안내서를 작성하는 등, 외국인 인권 사각지대를 해소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날 심사를 맡은 AI 설루션 기업 타임리의 김대환 대표는 “경찰만이 가진 전문 지식·정보와 AI 기술이 결합할 때 치안 서비스는 더욱 효율적으로 국민에게 제공될 것”이라며 “대구경찰이 발굴한 AI 활용 사례들과 전국 경찰의 지식을 서로 공유해 대한민국 경찰 전체의 AI 활용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23일 대구경찰청 1층 강당에서 생성형 AI 활용 경진대회가 열렸다. 기동대 김희훈 순경이 AI를 활용해 도출한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이승규 기자

대구경찰청은 지난 4월부터 AI 드론을 활용해 교통 단속을 시행하는 등 경찰 업무에 AI 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같은 달 15일에는 전국 경찰청 최초로 AI를 활용한 ‘경찰GPT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경찰 100여 명이 행정 업무와 수사 보고서 작성, 법령 해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목적으로 제작된다. 5월에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교육을 실시했고 AI 드론과 로봇개가 범인을 추적하는 ‘디지털 순찰’도 시민 대상으로 시연한 바 있다.

이승협 대구경찰청장은 “앞으로도 AI 기술을 적극 도입·활용해 국민에게 더 안전한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