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는 아파트 설계 공모에 선정되기 위해 심사위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설계업체 관계자들이 구속됐다. 이들에게 돈을 받은 대학교수 등 심사위원 등도 검찰에 넘겨졌다.

경남경찰청. /뉴스1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심사위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배임증재)로 경기지역 한 설계업체 대표 A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금품을 받은 대학교수 심사위원 5명과 A씨에게 심사위원을 소개해준 건축업자 1명을 각각 배임수재와 배임증재 방조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2021년 10월 LH가 시행한 한 아파트 설계 공모에서 A씨 업체에 고득점을 주는 대가로 1인당 500만원~1000만원씩 총 3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2023년 8월 국토교통부의 의뢰로 경남의 한 LH아파트 철근 누락 사건을 수사하던 중 설계업자가 아파트 설계 공모 심사위원을 상대로 금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등은 범행 당시 국토부 고시인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상 LH가 설계 공모 공고를 내면서 심사위원 명단을 함께 공개하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LH는 공모에서 평가 분야를 전공하는 대학교수와 공무원 등 심사위원 15명의 심사를 거쳐 설계 용역업체와 계약한다.

이에 A씨 등은 경쟁업체보다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심사 전 심사위원들을 상대로 “높은 점수를 주면 잊지 않겠다”는 식으로 청탁을 시도했고, 이 중 대학교수 신분의 심사위원 5명이 이를 받아들여 심사과정에서 A씨 업체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한 건축업자가 친분이 있는 심사위원 중 일부를 A씨 등에게 소개해주는 등 알선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A씨가 대표로 있는 업체는 공모에서 탈락했다. A씨 등의 청탁을 받지 않은 10명의 심사위원이 당시 심사한 나머지 업체에 높은 점수를 주면서다.

경찰 관계자는 “LH 측에 심사 전 심사위원 명단을 비공개해 업체와 심사위원 간 접촉을 원천 차단하고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며 “앞으로도 청탁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설계권을 따내려는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