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전 의원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물증으로 의심받는 수표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 돈이 자신의 선거 비용에 쓰였다는 의혹과 관련해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다.

김영선 전 국회의원(왼쪽)이 26일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자신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 등을 고발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김영선 전 국회의원은 26일 재판을 앞두고 창원지법 앞에서 수표 2장을 공개했다. 2022년 4월 우리은행, 2020년 9월 농협에서 발급한 5000만원짜리 수표 1장과 해당 금액의 수표를 발행한 출금표다. 우리은행 수표는 홍 전 시장이 대구시장에 당선된 2022년 6월 지방선거가 있기 2개월 전에 발급됐고, 농협 수표는 홍 전 시장이 대구 수성을에 출마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2020년 4월 총선 후 5개월 뒤에 발행됐다.

김 전 의원은 미래한국연구소 전 소장인 김모씨가 홍 전 시장 최측근인 전 경남개발공사 사장 박모씨로부터 받아온 수표라고 주장했다.

홍 전 시장은 자기 측근들을 통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운영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그 비용을 측근에게 대납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23일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홍준표 전 대구시장 관련 폭로를 이어오고 있는 강혜경 전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이 대구 수성구 대구경찰청에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이자, 미래한국연구소 전 직원인 강혜경씨는 2020년 9월부터 2022년 6월까지 홍 전 시장이 출마했거나, 출마를 고민했던 선거구인 대구 수성을,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경남 양산을, 대구시 등 관련 여론조사를 수차례 진행하는 대가로 박씨 등 홍 전 시장 측근들로부터 수표와 현금 등 약 1억원을 받았고, 이 돈은 김 전 의원의 보궐선거(2022년 6월)와 미래한국연구소가 진행한 여론조사 등에 썼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전 의원은 “김 전 소장과 강씨가 (홍 전 시장 여론조사비 대납 건 관련해)현금을 받았다고 했다가, 수표를 받았다고 하는 등 계속 말이 달라진다”며 “제보를 통해 김 전 소장과 강씨가 박씨로부터 수표 2장을 받아 1장은 강씨 남편 계좌로 넣어 자신들이 일부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자신과는 무관한 돈이라는 것.

홍준표 전 대구시장 /뉴스1

그러면서 “나는 무죄를 주장하는데도 (검찰이) 구속영장을 쳐서 구치소에 넣고, 실제로 혜택을 받은 홍 전 대구시장은 하와이에서 즐기고 있으니 이런 사법이 어디 있느냐”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강씨 등을 횡령 혐의로 이날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명씨도 앞서 지난달 재판 과정에서 “나는 홍 전 시장에게 돈 받은 게 없다”며 “김 전 소장이 수표 2장 1억원을 받았고, 1억원 중 5000만원은 김 전 소장 자기 개인 카드빚 갚는 데 쓰고, 나머지 5000만원은 강씨가 사비로 썼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강씨·김 전 소장 변호인단은 언론 공지를 통해 “홍준표와 관련해 5000만원 수표와 5000만원 현금을 받았으며, 미래한국연구소·명태균·김영선을 위해 쓰였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의 공천 개입·여론조사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명태균씨. /연합뉴스

김 전 의원과 명씨는 물론 강씨 등 모두 ‘홍 전 시장 측근에게서 돈’이 건너온 것에 대해서는 부인하지는 않지만, 사용처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주장을 펴는 상황이다.

강씨 측 변호인단은 김 전 의원이 공개한 수표 중 농협 수표(2020년 9월)에 대해서 “이 사건과 관련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김 전 의원이 자기 주장을 짜 맞추고자 관련 없는 2년 전 수표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한편, 홍 전 시장 여론조사 대납 의혹과 관련해서는 대구경찰청이 수사 중이다. 지난달 29일과 지난 23일 미래한국연구소 김 전 소장과 강씨를 불러 참고인 조사를 했다. 홍 전 시장과 측근들은 “명태균 의혹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