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사범대가 전국 최초로 중·고등학교 교직 이수와 무관한 ‘학습과학(Learning Sciences)’ 전공 개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저출산과 학령 인구 급감으로 중·고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사범대가 존폐 위기에 내몰리는 상황에서 사범대 학생들이 교사가 아닌 다른 진로도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 사범대는 이르면 오는 2학기부터 학부 과정에 학습과학 전공을 만들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습과학은 AI(인공지능)나 빅데이터 등을 통해 개별 학생들의 특성을 분석, 학습 성과를 향상시키는 학문을 뜻한다. 뇌 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학습 단계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이를 교육 분야에 접목시키는 것이 목표다.
교직 이수와 무관한 전공을 개설하는 건 전국 사범대 중 서울대가 처음이다. 전공 인원 수는 학년당 최대 40명 이내로 조절할 예정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인공지능 시대에서 획일적이고 표준화된 교육은 차세대 인재를 양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AI 등을 이용해 학생들의 학습 효율을 대폭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AI 기술을 활용한 교육 사업 분야인 ‘에듀 테크’ 시장 규모는 매년 급성장해 2030년엔 8000억달러(약 115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사범대 ‘학습과학’ 전공은 별도로 학부·학과를 만들지 않고 단과대 직속으로 설치될 예정이다. 또 입학 정원은 0명으로 둔 채 사범대 내 다른 과에서 전공을 바꾸는 ‘전과(轉科)’를 통해서만 학생을 받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관계자는 “다양한 과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학문 간 장벽을 허물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사범대의 위기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2020년 3만9491명이던 임용시험 응시 인원은 작년 3만797명으로 4년 새 1만명 가까이 줄었다. 최근엔 ‘교권 추락’ 문제가 겹치며 교사 인기가 급락하는 추세다. 반면 로스쿨로 향하는 사범대생 수는 서서히 오름세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사범대 출신 로스쿨 합격자는 2020학년도 108명에서 2025학년도 126명으로 늘었다.
실제 서울대 사범대생 상당수는 전문직 등 외부 진로로 향하고 있었다.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 후 한의대로 진학한 최모(26)씨는 “교권 추락에, 교사 위상 저하, 보수의 상대적 하락, 학령인구 감소로 임용문이 좁아져 교사를 준비하는 이를 주위에서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사범대가 왜 과거와 같은 규모의 정원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해 회계사가 된 윤모(26)씨는 “과 동기 중 3분의 1만 교사를 꿈꾸고 3분의 1은 로스쿨을 생각하더라”며 “교육과 관련돼 다양한 진로로 나아갈 커리큘럼이 마련된다면 사범대생 진로 다변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