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공천을 대가로 돈을 주고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정치 브로커’ 명태균(55)씨와 김영선(65) 전 국회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났다. 두 사람이 작년 11월 15일 구속된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창원지법 형사4부(재판장 김인택)는 9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 측의 보석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구속 기간 안에 공판을 끝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건부로 보석을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구속 기간은 오는 6월 2일까지로 그 전에 1심 판결을 선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판이 지연된 데다 신문해야 할 증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구속 기간은 기소 후 최대 6개월이다. 이번 결정으로 두 사람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다만 주거지가 제한되고 옮길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법원이 소환하면 반드시 출석해야 하고 증거를 인멸해서도 안 된다. 보증금 5000만원도 내야 한다.

명씨 측은 작년 12월 “무릎 통증이 있는데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고 사건의 핵심 증거인 ‘황금폰(명씨의 휴대전화)’을 검찰에 제출해 증거인멸 우려도 사라졌다”며 법원에 보석 허가 청구서를 냈다.

김 전 의원 측도 지난 2월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다.

명씨는 이날 오후 6시 30분쯤 창원교도소를 나왔다. 취재진에게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떠났다. 김 전 의원은 보증금 납부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해 10일쯤 나올 예정이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은 2022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김 전 의원의 회계 책임자였던 강혜경씨를 통해 8070만원을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돈이 2022년 6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당시 김 전 의원을 경남 창원 의창 지역구 후보로 추천한 대가로 본다.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 고령군수와 대구시의원 예비후보로 각각 출마한 배모씨와 이모씨에게서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총 2억4000만원을 챙긴 혐의도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의 1심 재판은 3차 공판까지 마쳤다. 4차 공판은 오는 22일 열릴 예정이다.

검찰은 기소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외에도 명씨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명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통해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는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후보 측에 미공표 여론조사를 해주고 돈을 받았는지 등 의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