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거래 의혹’ 핵심 인물인 정치브로커 명태균씨가 수사검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수사과정에서 검사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소통할 때 사용한 휴대전화인 이른바 ‘황금폰’을 폐기하라는 취지로 명씨에게 발언했다면서다. 이에 대해 검찰은 명씨 측이 취지를 왜곡한다고 반박했다. 본격적인 재판 전부터 양측의 신경전이 가열되면서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창원지법 형사4부(재판장 김인택)는 20일 오후 3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명씨와 김영선 전 의원 등 피고인 5명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명씨는 자신에게 발언권을 주자 “검사가 나에게 ‘(휴대전화기를)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폐기해라. 우리도 전화기 반납하면 솔직히 부담스럽다’라고 했다”며 “검사가 황금폰을 폐기하라고 하면 되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검사가 ‘나는 아이폰을 쓰고, 비밀번호도 16자리다. 다음에는 그렇게 해라’라고 말했다”고도 했다. 명씨 측 변호인은 “검사가 이야기한 내용에 대해 언론에 입장문을 내거나 공개하겠다”며 “수사검사를 공수처에 고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고발 일정은 논의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황금폰을 확보하기 위해 조사 때마다 명씨를 설득하는 등 진심으로 노력한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명씨가 검사가 증거 인멸을 교사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지난해 조사 때 명씨가 ‘황금폰을 처남에게 버려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는데, 이에 검사가 명씨에게 ‘집에서 직접 폐기할 수도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추궁했던 것을 두고 검사가 증거 인멸을 교사했다는 식으로 공론화하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명씨는 “공수처에서 수사하면 다 나올 것이다”고 쏘아붙였다.
황금폰은 명씨가 지난 2022년 3월 치러진 대선 기간을 포함해 2019년 9월부터 작년 11월까지 사용한 휴대전화다. 검찰은 명씨가 이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함께 증거은닉 교사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명씨 측은 황금폰 등 휴대전화 3대와 휴대용 저장장치(USB) 1개를 지난 12월 12일 창원지검에 제출했다.
명씨는 검찰 수사가 짜깁기 됐다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명씨는 “강혜경씨(김영선 전 의원 회계책임자)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불법 여론조사를 제공한 대가로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왔고 그 대가로 (제가) 세비 절반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김 전 의원이 지급한 건 내 급여였다”며 “강씨 주장이 다 거짓인데도 검찰은 기소조차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검찰이 압수수색할 때와 기소할 때 정치자금법 위반 금액이 다른데, 이는 강씨가 횡령했기 때문이다”라며 “검찰이 강씨와 짜고 치고 있다”고 했다. 명씨에 앞서 김영선 의원도 강씨가 자신의 횡령 범죄를 감추기 위해 언론에 거짓말을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강씨도 공범으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기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명씨는 재판부에 보석 허가를 요청하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과거 수술받은 자신의 무릎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면 영구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호소했다. 명씨는 재판부에 수의 바지를 무릎 위까지 걷어 판사가 볼 수 있도록 피고인석에서 증인석으로 절뚝거리며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재판부는 오는 2월17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하고, 3월부터 정식 재판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명씨의 구속기한인 오는 6월 2일 이전에는 1심 결과를 내놓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