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은 지난 9월 27일 도쿄에서 39년 만에 ‘7광구’로 알려진 한·일남부대륙붕공동개발협정(JDZ) 공동위원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동해 6광구에서 2021년까지 가스를 생산하던 가스전. photo 연합

잊힌 이름 ‘7광구’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한·일 양국이 39년 만에 7광구로 알려진 제주 남방 해저의 대륙붕 협정 유지 여부에 관한 협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양국은 지난 9월 27일 도쿄에서 한·일남부대륙붕공동개발협정(JDZ) 6차 공동위원회를 개최했다. 1985년 이후 처음이다.

석유 매립 가능성 때문에 주목받았던 7광구는 남한 면적의 80%(약 8만2000㎢)에 달한다. 한국과 일본이 서로 주장하는 대륙붕의 경계가 달랐던 탓에 1970년대 한·일은 7광구 일대를 일단 공동개발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JDZ는 1978년 발효돼 50년의 유효 기간이 2028년 6월 끝난다. 그 3년 전부터 양측 중 일방이 협정 종료를 통보할 수 있다. 종료를 통보하지 않으면 계속 유효하지만, 이번 협상이 시작된 만큼 그럴 확률은 희박하다. 양국이 협정 연장을 결정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내년 6월이 시한인 셈이다.

상황은 한국에 유리하지 않다. 협정 체결 이후 대륙붕 경계를 획정하는 국제법 판례가 일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어 왔다. 협정이 그대로 종료되는 것이 우리에게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도 이 지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변수도 있다. 무엇보다 난처한 것은 중국과 잠재적 분쟁 지역인 ‘2광구’ 문제다. 이곳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우리의 국제법적 근거가, 7광구에 대응하는 근거와 정확히 모순된다는 것이다.

2광구·7광구에 엮인 딜레마

1969년 UN 극동경제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일본과 대만 사이, 그리고 서해의 해저에 대량의 자원이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시 박정희 정부가 이에 신속하게 대응하는데, 바로 다음해인 1970년 해저광물자원개발법을 공포하며 서·남해 일대 대륙붕에 1~7광구를 설정한 것이다. 대륙붕이란 해안에 접해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대륙의 자연적 연장이다. 마주보는 국가가 없다면 자연스럽게 영해기선으로부터 최대 350해리까지 관할권이 인정된다.

문제는 한·중·일 3국이 공유하는 바다가 매우 좁다는 것이다. 때문에 관건은 당시나 지금이나 대륙붕의 경계를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정하느냐는 것이다. 사실 7광구는 일본 영토와 더 가깝다. 7광구에 해당하는 제주도 남쪽 바다의 대륙붕은 한반도 남쪽 끝에서 시작해 깊이 8000m의 오키나와 해구에서 끝난다. 우리가 주장하는 관할권도 이에 일치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외교 당국은 ‘UN 대륙붕한계위원회에 제출하는 약식보고서’를 통해 오키나와 해구 동단까지의 350해리를 대륙붕 경계로 설정했다.

그런데도 우리가 관할권을 주장하는 근거는 대륙붕의 ‘자연적 연장론’이다. 자연적 연장론은 JDZ가 체결될 당시인 1970년대 국제법의 대세였다. 1969년 유럽에서 있었던 국제사법재판소의 최신 판례를 당시 외교당국이 신속하게 적용한 결과였다. 일본이 이를 받아들여 JDZ 협정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영해기선으로부터의 거리를 기준으로 하는 ‘중간선 원칙’이 자리 잡기 시작한다. 중간선을 그어 잠정적 경계를 잡고, 거기서 해저 지형 등의 다른 변수를 고려해 조정하는 것이 최근의 흐름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입장에서는 매우 불리하다. 중간선을 그어보면, 7광구의 80~90%는 일본에 속하게 된다. 이렇게만 본다면 일본은 2028년 협정을 그대로 종료해도 손해가 없는 것이다. 일본의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도 지난 2월 “중간선을 바탕으로 경계를 획정해야 공평하다”고 말한 바 있다.

2광구는 7광구와 정확히 반대되는 상황이다. 우리가 도리어 ‘중간선 원칙’을 주장해야 하는 것이다. 서해 해저는 중국 측으로 갈수록 수심이 얕고, 대륙에서 흘러나온 토사가 대륙붕 3분의2가량을 덮고 있다. 서해 거의 전부가 중국에서 출발한 대륙붕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중국이 바로 ‘자연적 연장론’에 입각해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도 이 지역에 관심이 높은데, 2022년에는 2광구 인근에 시추시설 설치를 시도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당시 외교부가 적극 대응하지 않는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주간조선에 “당시 소통 과정에서 중국 측이 석유시추 구조물이 아닌 양식 관련 부대시설이라고 설명했다”며 “우리 측 입장을 중국 측에 지속 전달해오고 있다”고 알려왔다.

물론 중간선 원칙이 대륙붕 경계 확정의 근간이니만큼, 중국이 주장하는 대로 2광구 전체가 중국의 차지가 될 확률은 적다. 그러나 우리가 7광구와 2광구에 대해 주장하는 근거가 상충한다는 것은 7광구 협상을 포함해 향후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이번 6차 공동위원회 이후 한·일 외교당국은 일단 말을 아끼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이번 회의에 대해 “본 협정 실시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해 협의하고 지속해서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고만 전했다. 가미카와 외무상도 “협정의 향후 처리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우리 외교부도 “실무적 사항을 논하는 협의체”라는 수준으로만 언급하고 있다.

현상유지가 최선… ‘日 독차지’는 못할 듯

우리 입장에서는 협정을 연장하는 ‘현상유지’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우리 정부도 한·일 관계가 개선되자 협정 연장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만약 일본이 내년 6월 일방적으로 협정 종료를 통보하면 어떻게 될까. 일각에서는 “협정이 종료되면 즉시 (중간선 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유엔 해양법협약(UNCLOS)의 적용을 받으므로 7광구의 90%가 일본에 귀속된다”고 주장한다. 실제 7광구 대부분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일단 ‘경계미획정 수역’이 될 것이므로 상대국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개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일본의 즉시 점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성균관대 성재호 미래정책연구원장은 “일본에 무조건 유리하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며 “유엔 산하의 대륙붕한계위원회에서 여러 사항을 따져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이 7광구 문제를 국제사회로 가져갈 경우,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가 중간선 원칙을 기반으로 해저 지형 등을 고려해 경계를 획정할 것을 권고한다. 이에 한쪽이라도 불복할 경우 문제는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로 넘어간다. 현재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있는 한국인 재판관은 작년에 당선되어 2032년까지 재임하는 이자형 전 외교부 국제법률국장이다. 일본도 재판관 한 명이 진출한 상태다.

중국의 끼어들기를 우려한 일본이 이번 협상에 나섰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본래 일본은 7광구 개발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중국이 최근 이 지역에 손을 뻗자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7광구가 중국 대륙에서 뻗어나간 대륙붕이라는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심지어 7광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2008년 ‘중·일공동개발구역’을 설치하는 일까지 벌어져 “일본이 중국과 손을 잡고 ‘코리아 패싱’을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신냉전 구도가 굳어지는 상황으로 바뀌면서, 협정이 종료되면 중국이 끼어들어 사안이 복잡해질 것을 우려한 일본이 협정 연장을 꾀한다는 것이다. 한국도 이런 ‘중국 레버리지’를 이용해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이지평 특임교수는 “해상 문제로 센카쿠열도 분쟁도 있기 때문에 일본이 중국과 손을 잡을 확률은 거의 없다”며 “다만 일본이 현상 유지보다는 재협상을 통해 일본에 더 유리한 방향으로 협정을 이끌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자원은 정말 얼마나 있나

7광구에 석유 등의 자원이 풍부할 가능성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자원 잠재 가능성이 최초로 언급된 것은 1969년 UN 아시아극동개발위원회가 발표한 ‘에머리 리포트’다. “세계 최대 석유자원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한 것이다. 2005년에는 미국 우드로윌슨연구소가 7광구 일대 석유 매장량을 사우디아라비아 내 매장량의 10배로 추산했다. 이 추산을 통한다면 7광구 일대 매장량의 가치는 9000조원(배럴당 70~80달러 기준)에 달한다. 그러나 한·일 양국이 진행한 공동 탐사에서는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협정에 따라 7광구 내 탐사는 단독으로 할 수 없다. 1978년부터 1987년까지 탐사한 결과 약간의 가스가 발견되었지만 경제성이 없었다.

그러나 없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탐사 및 시추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승규 의원실이 산업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6년 당시 우리 정부는 일본에 JDZ 공동탐사를 제안한 바 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유망지역을 3차원 탄성파로 탐사한 결과 매장량이 3600만t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중국도 JDZ 인근의 춘샤오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일본은 추가 탐사를 거절했다. 산자부는 “JDZ의 탐사 자료가 취득한 지 오래되어 정확한 매장량 및 경제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최신 기술을 적용한 추가 물리탐사가 필요하다”고 알려 왔다.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은 “일·중은 오래전부터 훨씬 많은 시추공을 자국 바다에서 뚫고 있는데, 우리는 동해 ‘대왕고래프로젝트’도 공격받는 실정”이라며 “외교부와 산자부는 7광구 개발권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7광구, 2광구 문제는 해양 관할권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다. 전문가들은 그 어느 이슈보다 정치외교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성재호 교수는 “한·일 양국이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인 만큼 자원에 초점을 맞춰서 사안을 보면 된다”며 “공동 개발, 공동 이용 목표에 대한 정확한 초점만 있다면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더 많은 기사는 주간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