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아파트 베란다 사체 유기 장면. /경남경찰청

동거하던 여성을 살해하고 시멘트를 부어 시신을 숨긴 남성이 범행 16년 만에 구속됐다. 경남경찰청과 거제경찰서는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50대 A씨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2008년 경남 거제의 한 다세대주택 옥탑방에서 동거하던 B씨(당시 30대)와 다투다 둔기로 머리와 얼굴을 때려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범행 직후 B씨의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고 옥탑방 밖 테라스 구석으로 옮겼다. 이어 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부어 숨겼다. B씨의 가족들이 2011년쯤 실종 신고를 해 경찰이 A씨를 조사했지만 방범 카메라 영상이나 통화 내역 등 물증이 없어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자칫 완전 범죄로 끝날 뻔한 A씨의 범행은 16년 만인 올 8월 꼬리를 밟혔다. 집주인이 옥상 누수 방지 공사를 하던 도중 시멘트 덩이를 철거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한 지 16년이 지났지만 밀랍 인형이나 미라 같았고, 지문도 그대로 남아 있어 신원을 빨리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 19일 경남 양산에서 A씨를 체포했다. A씨는 범행을 시인했다고 한다. 경찰은 A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A씨가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도 확인해 별도로 수사 중이다. A씨는 범행 이후에도 이 옥탑방에서 8년을 더 살다가 2016년쯤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면서 거제를 떠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