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지휘부가 22일 오전 경찰청 본청 1층에서 경찰 출신 당선자들을 환영하기 위해 일렬로 서 있다./주형식 기자

전국 13만여명 경찰을 지휘하는 컨트롤타워인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이곳은 경찰 지휘부 수백여명이 근무하기 때문에 평소엔 주차장에 빈 자리를 찾기 어렵다. 그런데 22일 오전 경찰청 주차장은 빈 자리들이 있었다. 경찰청 입구 바로 앞 소위 명당 자리. 22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금배지를 달게 된 경찰 출신 당선자들 차량을 위한 자리다.

경찰청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경찰 출신 당선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경찰청에서 경찰 출신 당선자들을 총선 직후 초청해 간담회를 여는 건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이번 22대 총선에서 경찰 출신 당선자는 총 10명으로 첫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과거 경찰 출신 의원은 16대 5명, 17대 2명, 18대 1명, 19대 4명, 20대 8명, 21대 9명이었다. 당별로는 국민의힘 7명, 민주당 2명, 조국혁신당 1명 순이다. 인터폴 총재를 역임한 김종양(경남 창원시의창구·국민의힘) 당선자와 경찰대학장을 지낸 서천호(경남 사천시남해군하동군·국민의힘) 당선자, 부산경찰청장을 지낸 이상식(경기 용인시갑·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새롭게 국회에 입성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전 경기지방경찰청장) 등은 21대에 이어 22대에서도 선택을 받았다. 황운하 전 대전지방경찰청장도 조국혁신당 비례대표로 재선 의원이 됐다.

22일 경찰청 본청 입구에 게시된 환영 문구. /주형식 기자

이날 경찰청을 방문한 당선자는 총 9명. 경찰 출신 10명 당선자 중 황운하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명만 불참했다.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은 지난 2018년 ‘청와대 하명’으로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을 수사한 혐의 등을 받다가, 2021년 현직 경찰 신분으로 출마해 당시 민주당 의원으로 당선된 바 있다.

경찰 출신 당선자들은 이날 극진한 대우를 받았다. 경찰청 입구서부터 당선자들을 환영하기 위해 경찰 지휘부가 총출동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김수환 경찰청 차장, 각 부 국장 20여명은 경찰 제복을 입고 일렬로 섰다. 당선자들은 윤 청장을 비롯해 경찰들의 깍듯한 인사를 받으며 덕담을 건넸다. 당선자들 가슴팍에는 경찰청이 준비한 빨간색 꽃이 달렸다. 당선 축하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당선자들은 경찰청 1층에 일렬로 서 있는 경찰 지휘부 20여명과 함께 악수를 하며 행사 장소인 경찰청 본관 1층 어울림마당으로 향했다. 경찰청은 이날 경찰청 1층 로비에 당선자들이 경찰 재직 시절 활동했던 사진을 편집해 화면에 띄우는 등 공을 들였다. ‘000의원님 경찰근무시절 스케치’라는 제목이었다. 간담회에 불참한 황운하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사진도 포함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경찰 출신 국회의원 근무스케치 영상 시청으로 막을 올렸다고 한다. 뒤이어 국회의원 소개 및 인사 말씀, 경찰청 지휘부 소개, 뒤이어 경찰의 주요 시책 보고가 이어졌다, 행사 진행자가 마이크로 “이곳 어울림 마당(간담회 장소)은 윤재옥 의원님 등이 예산 증액을 해준 덕분입니다”라고 하자, 경찰 지휘부는 박수를 치며 미소지었다. 약 1시간 가량 간담회, 청사 투어 후엔 경찰청 지하 1층 별도 식당에서 오찬이 이어졌다. 이 식당은 평소엔 경찰들도 먹을 수 있는 공간이지만, 이날은 오찬 행사로 출입이 금지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와 관련해 “경찰의 주요 정책을 알릴 목적으로 연 행사”라며 “다른 지자체, 공공기관들도 이러한 형식의 간담회를 열곤 한다”고 밝혔다. 경찰 안팎에선 “경찰 출신 당선자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하면서 경찰의 높아진 위상을 대외에 알리려는 의도 아니겠냐”는 말이 나온다.

한 경찰 지휘 간부는 통화에서 “경찰 출신 당선자가 많이 생기다보니 최근엔 경찰 총경, 경무관 중에서도 정치권 진출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검경 출신들의 정치권 진출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우려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고 했다. 2022년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며 전국총경회의를 주도했던 류삼영 전 총경과 이지은 전 총경은 민주당 영입 인재로 선거에 나섰지만 각각 서울 동작을과 마포갑에서 낙선했다. 또 다른 지휘부는 “경찰 출신 당선자가 국회와 경찰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어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고 했다. 22대 총선 당선자 중 법조인 출신은 6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전체 의원 중 23.3%는 법조인 또는 경찰 출신이다.

경찰 출신 당선자들과 경찰 지휘부가 22일 오전 경찰청 본청 1층 로비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주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