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성 ‘A페이’에 투자해 1억3030만원을 잃은 이후 야산의 가건물에서 생활하고 있는 74세 이모 할아버지. 방 전체에 곰팡이가 슬어 있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5월 13일 인천에 위치한 한 야산. ‘○○농장’ 간판을 뒤로하고 10분 정도 흙길을 오르자 쓰레기 더미와 함께 방치된 비닐하우스가 보였다. 74세 이모 할아버지는 투자 결제 시스템인 ‘A페이’에 1억3030만원을 투자했다가 모두 날린 이후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이씨가 생활한다는 비닐하우스 내부의 가건물로 들어서자 곰팡이가 천장까지 슬어버린 거주공간과 어질러진 창고, 허리춤까지 쌓인 빈 막걸리병이 펼쳐졌다. “전기는 들어와요. 근처의 지인 농장을 지켜주는 조건으로 살고 있어요. 언제까지 있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이씨는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노후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투자 결심을 했다. 처음에는 평생 모은 7000만원을 2~3회에 나눠 투자했다. 그러나 ‘곧 수익률을 낮추게 되니 빨리 더 투자해라’라는 사기일당의 회유에 은행에서 6000만원을 더 빌렸다. 그로부터 10여일도 채 지나지 않아 ‘A페이’ 앱의 출금 기능은 중단됐다.

지난해 6월 열린 ‘A페이’ 및 ‘E코인’ 설명회에 수많은 노인들이 모여 있다.

A페이에 1억3000만원 뜯긴 70대 노인

그는 젊은 시절 건설업 일용직 등 궂은일을 가리지 않으며 1남 2녀를 키웠다. 일을 하다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6급 장애인 판정을 받기도 했다. 아내와 이혼한 지금은 혼자서 사기 피해를 감내하고 있다. 유일한 자산이자 자신의 거주지였던 빌라 반지하 방은 월세를 놓았다. 그렇게 매달 받는 25만원과 기초연금으로 대출 이자를 갚고 있다. 자녀들에겐 이 같은 사정을 알리지 않은 채 숨듯이 야산으로 들어왔다.

이씨와 같은 가난한 노인들의 노후자금을 노리는 사기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사기 피해자 중 60대 이상의 비중은 2019년과 비교해 4배로 급증했다. 지난해 개인파산자 중에서도 60대 이상이 47.5%로 가장 많았고, 이들이 주식·코인 등 투자 실패로 파산한 비율은 최근 3년 새 4.5배나 증가했다. 주간조선이 만난 노인 사기 피해자들은 이씨와 같이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오히려 사기에 빠지기 쉬웠다고 말한다. 노후 준비나 생활비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령 연금이다’ ‘한 달에 얼마씩 통장에 꽂힌다’라며 다가오는 사기 유혹을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초고령사회인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0%(2020년 기준)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처음 노인빈곤율 순위를 공개한 2009년 이래 한국은 1등을 놓친 적 없다. OECD 평균 노인빈곤율은 14.2%이며, 일본·프랑스 등 다른 초고령사회 국가들의 노인빈곤율은 4~20%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금을 수령하는 65세 이상 가운데 64.4%인 500만1000명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월평균 50만원 미만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모집책들이 입출금 전용앱 깔아줘

최근 노인을 상대로 벌어지는 사기의 또 다른 특징은 ‘디지털 금융’을 내세운다는 점이다. 사기꾼 일당은 디지털 정보에 어둡고 금융 교육도 거의 받지 못한 노인들에게 신기술을 운운하며 접근한다. 특히 어떤 식으로든 ‘코인’ ‘가상자산’을 엮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투자를 결심하면 모집책들은 입출금 기능 등이 있는 ‘전용앱’을 내세우며 휴대폰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노인들 대신 직접 앱을 깔고 계정을 만들어준다.

90세 조모 할머니는 “모든 코인을 통합해 관리 가능한 ‘세계 최초 슈퍼월렛’이 출시된다”는 말을 믿고 지난해 4월 사기성 ‘P코인’에 전 재산 2700만원을 투자했다. 다리가 불편해 6급 장애 등급을 받은 조씨는 지팡이를 짚고 여러 번 P코인 사무실을 찾았고, 매번 가방에 넣어 준비해간 현금을 모집책에게 건넸다. 모두 기록해 두겠다던 모집책에게 얼마 전 자신의 투자 내역을 서류로 증빙해달라고 말하자, 모집책은 “그런 것 만들 줄 모른다”는 기막한 답이 돌아왔다. 조씨는 “전 재산을 투자해 휴대폰 요금조차 내지 못하고 3개월째 밀려 있다”고 전했다. 앞서의 이씨 또한 ‘자회사가 개발한 E코인이 곧 상장한다’며 건재함을 강조한 ‘A페이’ 홍보 책임자에게 자신의 휴대폰을 맡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70대 이상의 인터넷 이용률은 2023년 64.4%다. 소셜미디어(SNS) 이용률은 26.4%에 불과하다. 매년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40%에 가까운 노령층이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고, 80%에 가까운 노령층이 소셜미디어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시민단체 한국사기예방국민회 대표 김주연씨는 “노인들은 휴대폰 조작에 서툴 뿐만 아니라 시력도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노인들이 모집책을 철석같이 믿고 휴대폰을 맡기기 때문에 속수무책이다. 이들은 노인들의 휴대폰을 직접 조작하며 사기를 저지르고, 나중에 범죄 증거를 지우거나 2·3·4차 범죄를 저지른다. 쓰던 앱을 중지하거나 폐지하면 오히려 노인들이 ‘어떻게 하냐’ ‘모르겠다’ ‘해결해달라’며 더욱 의지한 채 휴대폰을 건네는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노인 피해자들이 특정 앱을 통해 초반에는 실제로 채굴 과정을 경험하고, 스테이킹(코인 예치)을 통한 배당금을 받는 경우도 흔하다. 사기성 코인이 실제로 상장되는 과정을 눈으로 보기도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 돈만 있으면 누구나 코인 개발을 의뢰하고, 거래소에 상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자가 인터넷에 ‘코인 개발 의뢰’라고 검색하니 수백 개의 코인 관련 개발업체들이 떴다. 이들은 코인, 거래소, 지갑, 결제시스템, 웹사이트, NFT마켓, 백서 등의 코인 관련 서비스를 최소 80만원 선부터 제공하고 있었다. 다양한 옵션과 가격대로 의뢰만 하면 다양한 코인을 제작해준다.

다단계 사기 사건 피해자들을 대표하는 모임인 ‘한국사기예방국민회’가 지난 4월 사기범죄자의 신속한 수사와 엄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photo 한국사기예방국민회

초반엔 배당금도 상장 과정도 보여줘

한 업체의 ‘블록체인 서비스 올인원 패키지’는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를 모두 제작하는 데 1200만원이라고 광고하고 있었다. 한 관계자는 “업체들을 통해 코인을 만들고 상장해 오프라인 다단계 전문 모집책에 홍보를 맡기는 것이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견고한 사기 시스템이다. 해외 거래소는 대부분 비용을 내면 상장을 해준다. 얼마든지 보여주기식으로 사기를 칠 수 있다. 코인 업계 관계자가 직접 코인을 개발해 사기를 치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한 피해자가 “사기를 친 재단이 직접 코인을 개발했다. 코인 제작 외주도 받더라”며 보여준 기업 홍보물에는 ‘블록체인 기업, 코인발행, 사이트 구축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김주연 대표는 “사기를 당하고 나니, 시스템이 모두 갖춰져 있기에 돈이 있는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사기를 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게다가 코인 사기는 한국의 법망을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다”고 토로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대학원 교수는 “‘해외거래소에 상장됐으며 앞으로 국내거래소에도 상장할 예정이다’라고 하면 글로벌 거래소로 오인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러나 해외 거래소는 국내 거래소와는 달리 상장 심사가 없고, 30만달러에서 80만달러 정도의 마케팅 명목의 비용만 지불하면 웬만해서는 상장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코인 백서는 쉽게 말하면 코인 사업계획서인데, 투자만 유인하기 위해 만든 부실한 백서가 많다. 영어를 많이 넣어서 그럴듯하게 만든다. 백서가 있는지 여부만 보고 실제 중요한 진정성이나 차후 생태계 실현 가능성 등은 담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도 했다.

피해 노인들은 어떻게 생소한 코인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걸까. 사기 일당이 노인들의 ‘외로움’을 집요하게 파고들기 때문이다. 앞서의 조씨는 최근까지도 자신이 사기를 당한 것이 아니라 코인 투자를 의뢰한 업체 대표의 사업이 잠시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볼 때마다 아이고 엄마, 엄마 하며 껴안고 뺨을 비비는데 내 자식 같고…. 인생을 살다 보면 잘 안 풀릴 때도 있잖아. 그래서 내가 안타까운 마음에 신고를 안 하고 있었는데….”

코인 사기 피해자 이모 할아버지가 생활하고 있는 공간. photo 한국사기예방국민회

전국 돌며 ‘기술설명회’ 열어

부산에 사는 73세 고모 할머니도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투자를 결정했었다고 설명했다. 모집책이 보여주는 재력에 신뢰가 가기도 했지만, 결정적 계기는 친분으로 인한 신뢰였다는 것이다. 그는 10여년간 8번의 크고 작은 다단계 금융 사기를 당했다. 총 피해액은 약 4억원 정도. 20여년간 마사지사 일을 하며 번 돈에 은행 대출까지 합친 돈이다. “젊은 사람들은 듣고 ‘아닌갑다’ 할 수 있는데 우리같이 나이 많은 사람들은 모든 게 약하잖아. 돈벌이를 못하니까 마음도 몸도 다 약해. 그래서 솔깃한 거야. 심심해서 따라나가면 밥도 얻어먹고. 친해지면 거절하기가 어렵지. 나중에는 내가 큰손이라 소문이 났는지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더라고.”

고씨는 부산에서 친한 동생 소개로 만난 다단계 모집책이 자신의 딸이 서울에서 운영하는 음식점까지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와 회식을 열었다고 했다. 이런 친절과 끈질긴 설득에 넘어간 고씨는 유방암에 걸린 이후 받은 암 진단금 6000만원을 고스란히 사기성 코인에 투자했다. “손해를 많이 보고 나서도 미안하다는 소리도 없어. ‘회복할 수 있다’면서 계속 다른 걸 소개해주는 거야. 그런데 수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나는 이젠 누가 밥먹자고 해도 절대 안 따라 나가. 절대 안 얻어먹어. 마음이 아파서.” 사기 일당은 피해가 발생한 이후에도 노인들의 약점을 파고들어 “이번엔 진짜다” “원금 회복” 등을 운운하며 뻔뻔하게 2·3·4차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흔하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6~2021년 사기 범죄 반복 횟수는 ‘2회 이상, 동일 수법’이 48%로 가장 높았다.

90만여명·4조원대 피해 규모로 사기 행각을 저지른 K코인의 자체 앱. 지금까지도 해당 앱은 실제 차트와 전혀 다른 숫자를 표기하며 허위 채굴 수익을 보여주고 있다. photo 독자 제공

노인 고용해 사기 동원… “주변 다 쑥대밭”

노인들을 겨냥한 사기가 주로 인맥을 활용한 다단계로 진행되며, 대면 설명회에서 시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국에 거주하던 시절 현지 한인회를 중심으로 이뤄진 K코인 사기에 2억원의 피해를 입은 유모(40대)씨는 “정수기, 화장품 등 기존의 오프라인 다단계 상품 모집책을 고용해 코인을 끼워 파는 형태다. 전통시장 상인회나 한인회 등 믿을 만한 곳에 접촉해 설명회를 연다. 설명회에 온 노인들에게 명품가방, 찜질기 등 비싼 선물을 추첨해서 준다. 뒤풀이로 매번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기본이다”라고 설명했다.

사기 일당은 전국을 돌면서 이른바 ‘기술 설명회’를 열어 ‘첨단 기술인 블록체인에 투자하라’고 유혹하고, 지인을 데려오면 배당금을 더 주겠다고 유도한다. P코인 본사로부터 경기 지역 센터장과 P코인 강의 제의를 받았었다는 63세 김모씨는 “센터장이 되면 사무실 임대료도 지원해주고 자동차도 주고 주식도 주고 코인도 1000개씩 준다고 했었다. 센터에서 투자자를 유치하면 센터장이 그 투자 금액의 20~50%를 가져가게 해줬다. 지역별로 함께 사기를 도모할 인물도 물색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노인을 고용해 노인을 상대로 사기를 치게 만드는 것이다. 실제 김씨는 자신에게 센터장을 제안한 P코인이 ‘좋은 투자처’라고 생각해 주변의 가족, 친구 등 40여명에게 소개해 투자를 유치했다. 그로 인해 지금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김주연 대표는 “서로 인간관계가 파괴돼 어르신들끼리 싸움이 나는 등 쑥대밭이 된 지방의 소도시들도 많다”고 전했다.

코인 사기 일당은 초반에는 수익을 나게 해주며 더 큰 돈을 투자하게 하고는 입금이 되면 잠적해버리는 ‘돼지도살’ 수법을 가장 흔하게 쓴다. 돼지를 살찌게 한 뒤 많은 고기를 얻듯, 신뢰를 쌓고 코인 투자를 유도해 큰돈을 가로채는 사기수법이다. 77세 정모 할머니는 투자 초반 사기성 ‘D페이’에 조금씩 나눠서 투자하며 1000만원의 수익을 봤다. 이후 추석 연휴에 투자 금액의 2배에 달하는 보너스를 주겠다는 얘기에 수익금 1000만원과 딸에게 맡겨뒀던 비상금 1000만원까지 모두 털어 추가 투자를 했다. 그는 “전폭적인 프로모션에 천지 분간을 못하고 투자했다. 연휴가 끝나니 출금이 정지됐더라”고 했다. 사기 일당이 피해가 발생한 이후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의 일부를 돌려주거나, 지불 이행 각서를 써주거나, 원금을 보장해준다는 얘기를 하며 피해자들을 안심시키는 경우도 허다하다. 고소고발을 늦추는 이 같은 행태는 오히려 사기범죄임을 증명하는 데 방해가 될 뿐이었다.

“(사기 일당이) 사정을 설명하지도 않고 오히려 돈 없다고, 신고하라고 화를 내더라. 이들이 뻔뻔할 수 있는 건 처벌이 크지 않기 때문일 거다. 수사기관이 더 밉다.”

보증금 200만원을 주고 광주광역시의 12평짜리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정모씨(77)는 D페이 측에서 원금을 돌려주기로 한 날짜를 계속 미루자 서울에 위치한 본사 사무실에 직접 올라갔다. 그 길로 사무실 복도 소파에서 한 달이 넘게 노숙을 하며 버텼다. 회장과 경영진들은 대화를 시도하는 정씨에게 입에 담지도 못할 폭언과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는 업무방해죄로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이런 피해자의 하소연대로 사기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솜방망이 처벌 탓이다. 일반 사기의 형량 기준은 사기 금액이 1억원 미만일 때 징역 6개월~1년6개월, 1억~5억원일 때 징역 1~4년인데, 300억원을 넘어도 징역 6~10년에 불과하다. 피해 규모가 클수록 형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이상한 구조다. 경합범 규정의 경우 한 사람이 2개 이상 범죄를 저지른 경우 여러 혐의 중 최고 형량의 절반만 가중하도록 되어 있다. 반면 미국 형법은 형량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수백 년의 징역형까지 선고한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양형기준과 양형수위에 초점을 두고 있다. 김주연 대표는 “‘사기예방특별법’을 만들어 양형기준을 정확히 하고 양형 수위도 높여야 한다. 모집책들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기 입증 어려운 법의 사각지대

특히 코인 사기는 아직까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을뿐더러 사기임을 입증하기가 더욱 어렵다. 황석진 교수는 “정상적 금융기관이 아닌데도 ‘수익을 보장한다’ ‘원금을 보장한다’와 같이 홍보를 해서 투자자를 모을 경우 유사수신행위규제법에 걸려 불법행위가 된다. 그러나 자산, 금전의 범위가 아직까지 통화지폐, 동전주화, 은행권 3가지로 한정돼 있다. 따라서 가상자산을 이용한 다단계 사기는 유사수신행위규제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사기죄로만 의율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금전의 범주에 ‘코인’을 넣어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기범죄에 대해서는 “한국의 경우 사기 범죄를 포괄적으로 규율하여 재판마다 처벌 수위가 달라질 수 있고, 그 수위도 약하다. 영국 같은 경우에는 사기를 50여가지 종류로 세분화해놓고, 양형기준을 정확히 해둔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오는 7월 가상자산 투자자를 제대로 보호하기 위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사전에 협의해 짜고 치는 위장매매와 시세조종, 중요사항의 거짓 기재를 이용하는 부정거래를 금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 자기발행 코인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자신 혹은 특수관계자가 발행한 가상자산의 매매나 거래도 불가능해진다. 이외에도 가상자산시장을 법적으로 정의하는 등 향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첫걸음이 마련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해당 법으로는 투자자들을 보호할 조치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교수는 앞으로 거래뿐만 아니라 발행, 진입, 운영에 대한 규제가 확대되고, 가상자산 서비스 업자의 분류를 세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법은 가상자산 거래 사업자를 거래업자, 보관업자, 수탁업자 3가지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 범위를 가상자산 서비스업자로 넓혀서 운영업자, 공시업자, 투자자문업자 등 7~8가지 이상으로 분류해 기준이 되는 근거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노인 사기 예방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노년층을 사기 피해에 더욱 취약한 약자로 보고 정부가 나서 면밀하게 보호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노인을 ‘연령별 피해자’ 중 하나로 분류할 뿐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매년 주별 노인 사기 피해액과 주요 사기를 분석해 보고서를 내고, 유형별로 경고하거나 금융회사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기도 하다.

황 교수는 “학식이 높은 분들도 코인 사기에는 속기 쉽다. 경찰청, 금융감독원 등 지자체를 중심으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또한 코인뿐만 아니라 사기 교육이 생애 주기별로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주연 대표는 “실제 노인들은 기본적인 금융·경제, 디지털 지식 자체가 젊은 세대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며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노인 교육 확대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더 많은 기사는 주간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