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에 이어 국가정원 2호인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이 식물 절도와 훼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봄꽃축제를 앞두고 희귀식물 등이 만발하자 이 같은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일 울산시에 따르면 태화강 국가정원 내 자연주의정원에서는 지난주부터 매일 튤립 수십 개가 꺾인 채 사라졌다. 튤립은 4월~5월에 개화하는 대표적인 봄꽃으로 요즘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일반적인 튤립도 있지만, 평상시 볼 수 없는 특이한 색상과 모양의 튤립이 많다 보니 꺾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일에는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희귀 식물인 에린기움(Eryngium) 6그루가 뿌리째 없어졌다. 에린기움은 네덜란드에서 수입, 식물원에서 적게는 6개월 길게는 1년간 키워 태화강 국가정원에 옮겨 심는다. 유럽과 다른 기후와 토양 탓에 관리에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꽃이다 보니 이 역시 몰래 훔쳐간 것으로 추정된다.
태화강 국가정원 내 십리대숲 맹종죽 군락지도 매년 죽순 도둑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지난 2일에는 한창 자라고 있는 맹종죽 죽순 15점이 잘려나간 채 발견됐다. 맹종죽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대나무 품종 중 가장 굵다. 전남 담양에서 자라는 대나무인 ‘솜대’의 지름이 10cm인데, 맹종죽은 20cm에서 최대 30cm에 이른다. 키는 10~20m까지 자란다. 죽순은 4월쯤 고개를 내미는데 음식 재료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늘 절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죽순 지킴이가 오후 6시부터 오후 11시30분까지 순찰을 하는데, 이후 인적이 드문 새벽에 범행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매년 대여섯개 정도가 사라진 것을 보긴 했는데, 올해는 평소보다 많이 훔쳐갔다”고 했다.
태화강 국가정원 내 식물 절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화 등 각종 초화는 물론 무궁화, 향나무 등 큰나무도 훔쳐 달아났다. 봄꽃축제 등 각종 행사를 위해 설치한 시설물이 없어지기도 했다.
울산시는 도난 방지를 위해 방범카메라(CCTV)를 120여대 설치하고 안내판을 뒀다. 하지만 강변을 따라 개방형으로 조성된데다, 축구장(7140㎡) 117여개를 합친 25만4100평에 달하는 광대한 공원 특성 때문에 한계가 많다. 실제로 수년간 이어진 절도 행위를 적발한 사례는 이제껏 없었다.
울산시 관계자는 “태화강 국가정원은 시민 모두를 위한 정원”이라며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로 국가정원의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산을 확보해 CCTV를 추가로 설치하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적발 시 강력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했다.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불법으로 식물을 채취하거나, 훼손할 경우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제18조의8(정원에서의 금지행위), ‘형법’ 제366조(재물 손괴 등) 및 제329조(공공재 절도)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