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명화 ‘벤허’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을 개봉했던 66년 역사의 대한극장이 9월 문을 닫는다. 대형 멀티플렉스에 밀려 수년간 누적된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데 따른 결정이다. 건물은 공연장으로 개조해 이르면 내년 4월 재개관한다.
대한극장을 운영하는 세기상사는 30일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에서 “극장 사업부의 지속적인 적자를 해소하고 사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대한극장 빌딩을 개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58년 4월 개관한 대한극장은 서울극장(2021년 8월 폐관)과 더불어 한국 영화 산업의 상징 중 하나였다. 미국 20세기폭스가 설계한 국내 최대 규모(1900석) 극장으로, 당시만 해도 드물게 미국 MGM사를 포함한 각국 메이저 스튜디오와 특약을 체결해 대작을 주로 들여왔다.
특히 1962년 2월 대한극장에서 개봉한 ‘벤허’는 연일 만원사례를 이루며 장장 6개월간 상영됐다. ‘1962년은 벤허의 해’라는 말까지 있었다. 이후 1969년 ‘사운드 오브 뮤직’, 1970년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선보이며 60·70년대 극장 호황기를 이끌었다. 원래 단관 극장이었으나 시대 흐름에 맞춰 2002년 12월 상영관 11개를 갖춘 멀티플렉스로 탈바꿈하며 재도약을 시도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등 명작이 이곳에서 시사회를 열었다. 그러나 영화관 산업 주도권이 CGV·롯데 등 대기업 계열 멀티플렉스로 넘어가면서 운영에 진통을 겪어왔다.
세기상사는 건물 개조 후 미국 뉴욕에서 흥행한 관객 참여형 공연 ‘슬립 노 모어’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슬립 노 모어’는 관객들이 건물 여러층을 오가는 배우들을 뒤따라 다니면서 관람하는 특이한 형식의 공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