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29일 남구준 전 국가수사본부장의 메가스터디 사외이사 취업을 허가해 주면서, 일선 경찰의 보험사·로펌행은 막은 것으로 8일 나타났다. 윤리위원회는 경찰 수사를 총괄했던 남 전 본부장은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작다”며 취업을 승인했다. 하지만 남 전 본부장보다 영향력이 작은 일선 경찰의 취업은 막았다. 윤리위원회가 취업 승인을 ‘고무줄 잣대’로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달 남 전 본부장을 비롯한 경찰 11명을 심사했는데 이 중 일선 경찰 2명은 탈락했다. 작년 11월 퇴직한 한 경위는 대형 로펌 변호사로 재취업하려고 했지만 불가 판정을 받았다. 담당했던 업무가 취업하려는 로펌과 연관됐다는 게 이유였다.
보험사 사고조사역으로 취업하려던 퇴직 경감 역시 “퇴직 전 업무와 연관성이 있다”는 이유로 취업 불가 판정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남 전 본부장은 경찰 전직 수뇌부로서, 수사받는 메가스터디를 위해 이른바 ‘전관’ 영향력이 더 큰데도 취업 허가가 난 것은 이해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리위원회는 “취업 심사는 규정에 따라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공직자윤리법은 ‘공공의 이익’ ‘산업 발전 및 과학기술 진흥’ 등 취업 제한에 대한 예외 사유 9가지를 두고 있다. 남 전 본부장은 이 가운데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작은 경우’에 해당해 취업을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 전 본부장처럼 예외 규정에 해당돼 심사를 통과한 공직자는 작년에만 221명이다. 전체 통과자 929명의 23.7%에 이른다. 예외 규정 적용자 비율은 2016년 8.2%에서 2020년 13.9%, 작년 23.7%로 증가 추세다. 하지만 정부는 왜 예외 규정을 적용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런 예외 규정이 고위급에게만 주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작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취업 심사를 받은 경찰관은 158명이다. 이 중 31명이 취업 불가 판정을 받았는데, 모두 총경급 이하 일선 경찰이었다. 같은 기간 취업 심사를 받은 경무관 이상 간부 11명은 전원 통과했다.
A 치안정감은 올해 1월 국내 대형 건설사 비상근 자문역 취업을 허가받았고, B 경무관은 지난 2월 유통 회사의 법률 고문직에 대한 취업 승인을 받았다. 공무원 사회에선 “윤리위원회가 일선 공무원과 달리, 고위 공무원에게는 예외 조항을 폭넓게 적용해 주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남 전 본부장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메가스터디 측 역시 이번 논란에 대해 여전히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