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찌른 김모씨가 범행 직전, 이 대표에게 다가서고 있는 모습. ‘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힌 왕관 모양의 모자를 쓰고, 손에는 피켓을 든 김씨는 “사인 하나 해주세요”라고 하며 다가가 순식간에 이 대표의 목 부위를 흉기로 습격했다. /유튜브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범인 김모(67)씨의 범행 전날과 당일의 행적을 대부분 복원한 것으로 7일 전해졌다. 김씨는 범행 전날인 지난 1일 사전 답사 과정에서 두 차례 다른 사람의 차량을 얻어 타고 이동했다.

경찰은 이 차량들의 운전자와 동승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으며, 공범은 아니라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오는 10일까지는 수사를 마무리하고, 김씨를 검찰에 송치한다는 방침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사건 전날인 지난 1일 두 차례 일반 차량을 얻어 타고 이동했다고 한다. 김해 봉하마을에서 양산 평산마을로 이동할 때는 이 대표 지지자의 차량을, 부산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창원의 모텔로 이동할 땐 인근 주민 차량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1일 오후 3시쯤 봉하마을에서 57㎞ 떨어진 평산마을로 이동했다. 차량으로는 50여 분 거리인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3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김씨는 봉하마을에서 이 대표 지지자 중 한 명에게 “평산마을까지 태워 달라”고 부탁해 차량에 같이 탑승했다. 그 차량에는 김씨와 운전자 외에 2명이 동승했다. 김씨 외 나머지 3명은 민주당 지지자로 서로 아는 사이였다고 한다.

그래픽=백형선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당일 처음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차량 안에서 “지인이 이 대표 사인을 부탁해서 오늘 사인을 받아야 하는데 못 받았다”며 “내일은 꼭 사인을 받을 것”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고 한다. 김씨는 2일 부산 가덕도에서 이 대표를 흉기로 찌르기 직전 “사인해 달라”고 했었다. 김씨와 차량에 함께 탔던 A씨는 트위터에 “이런 살인마와 동승했다는 것도 소름 끼치고, 대표님을 지키지 못해서 너무 죄송하기도 하다”는 글을 남겼다.

김씨는 이들과 헤어진 후 평산마을에서 인근 울산역으로 이동해 KTX를 타고 부산을 찾았다. 부산에서는 이 대표 피습 장소인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미리 가봤다. 김씨는 대항전망대에서 13㎞ 떨어진 창원의 모텔로 이동할 때 인근 주민의 승용차를 탄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를 태워준 주민은 경찰에 “김씨와 모르는 사이이며, 이날 처음 만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역시 “처음 만난 사람의 차를 탔다”고 경찰에 밝혔다고 한다.

경찰은 김씨를 태워준 운전자들이 김씨와 공모한 정황은 찾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들이 혼자 움직이는 김씨에게 호의를 베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김씨 범행에 공범 등 배후가 있는지는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김씨의 당적 공개 여부를 고심 중이다. 정당법을 이유로 당적 공개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과, 이미 정치권을 통해 알려졌기 때문에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고 한다. 경찰은 지난 3일 영장을 발부받아 국민의힘과 민주당 중앙당에서 김씨의 과거·현재 당적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당법에는 수사기관이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피의자 당적 정보를 누설할 수 없게 돼 있다”고 했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할 수 있다.

경찰은 오는 10일쯤 김씨를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범행 당시 영상과 피의자 자백 등으로 살인미수 혐의는 입증됐고, 압수한 흉기와 김씨가 남긴 ‘변명문’ 등을 통해 계획범죄 정황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는 김씨 단독 범행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송치 전까지 배후 수사는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김씨 신상 공개 여부는 오는 9일쯤 신상공개위원회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