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용산 대통령실 앞 이태원로에서 집회·시위가 제한된다. 경찰청은 17일 이태원로에서 집회·시위를 할 경우 이를 금지할 수 있는 내용의 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날 공포·시행됐다고 밝혔다. 이태원로 주변 주민과 상인들은 작년 5월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해 온 이후 각종 집회·시위로 고통을 호소해 왔다.

이번 집시법 시행령 개정은 대통령실이 지난 6월부터 한 달간 진행한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 국민 참여 토론 결과를 기반으로 마련됐다. 당시 참여자(18만명) 중 70%가 넘는 12만명이 시위 요건 강화에 찬성했다.

현행 집시법에는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를 금지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집시법 12조에는 ‘관할 경찰관서장은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경찰은 문재인 정부 이전인 2011~2016년 이 조항을 근거로 400건 이상의 집회·시위를 금지했다.

경찰은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주요 도로’에 용산 대통령실과 관저를 둘러싼 이태원로와 서빙고로 등 도로 11개를 추가했다. 서초동 법원·검찰청 사거리, 강남대로 등도 주요 도로에 포함됐다. 법원·검찰청 사거리 일대는 지난 2019년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지지 집회 등으로 교통 체증이 벌어졌다. 경찰은 최근 5년간 집회·시위가 열리지 않았거나 교통이 과거보다 원활해진 기존 도로 12개는 주요 도로에서 제외했다. 경찰 관계자는 “평일 출퇴근 시간대 집회는 심각한 교통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큰 만큼 제한, 금지 통고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찰은 주거 지역과 학교·종합병원·공공 도서관 인근 집회·시위 소음 단속 기준도 강화했다.

하지만 경찰의 강경 대응 방침과 달리 최근 법원은 집회를 허용하는 취지로 판결을 내리고 있어 이번 시행령 개정의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경찰이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금지 통고를 내려도 법원이 집회 주최 측의 손을 들어주면 제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법은 지난 7월 민주노총이 진행한 세종대로 퇴근길 집회를 “막대한 교통 장애를 초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허용했다. 경찰은 법원에 교통량 조사 자료를 제출하며 퇴근 시간대 도로 점거 집회는 막아야 한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5월 민주노총 건설노조 노숙 집회 때도 법원은 비슷한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당시 건설노조가 3500명 규모의 야간 도로 행진을 신청하자 경찰은 교통 장애를 이유로 금지 통고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행진 규모를 2000명으로 줄이는 조건으로 집회를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