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내년부터 현장 경찰관에게 보급될 ‘저위험 권총’을 자체 검증한 결과, 15개 중 4개 항목에서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24일 나타났다. 이 중에는 방아쇠를 당기지 않아도 총이 격발될 수 있는 문제도 있었다. 결함이 있는 저위험 권총이 그대로 보급될 경우, 일선 경찰들의 총기 사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지난 3월 1억5000만원을 들여 구매한 저위험 권총 100정의 성능 테스트를 실시했다. 100정 중 무작위로 6정을 선택해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런데 경찰이 설정한 목표 15개 항목 중 4개가 기준 미달이었다. 특히 문제가 된 건 ‘낙하 충격’ 부분이었다. 권총을 높이 1.5m 지점에서 바닥에 떨어트려 충격을 주는 시험이었는데, 총탄에 ‘공이 자국’이 남았다. 공이가 총탄을 일정 수준 이상의 힘으로 때리면 총은 발사된다. 공이 자국이 남았다는 건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는데도 공이가 총탄을 때렸다는 것으로, 바닥에 떨어진 총이 발사되는 오발 사고가 날 수 있다는 뜻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공이 자국이 남았다는 건 긴급한 출동 현장에서 실수로 총기를 떨어뜨렸을 경우 총탄이 오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무고한 시민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는 결함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확도·분산도’ 부문에서는 저위험 권총 설계 기준은 충족했지만, 국군 K5 권총 기준에는 미달했다. 100회 발사 시험에서 총알 깨짐 현상이 1회 발생했고, 염수를 뿌려 내구성 시험을 진행했을 때 권총 다섯 부위에서 부식 현상이 발견되기도 했다. 한 총기 전문가는 “저위험 권총이 현재 보급돼 있는 38구경 권총에 비해 2배가량 비싸다”며 “품질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보급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경찰청은 ‘1인 1권총’ 확보를 위해 내년부터 저위험 권총을 현장 경찰에 보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현장 경찰에 보급된 38구경 리볼버 권총은 살상력이 높아 피의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플라스틱 재질 탄환을 사용해 위력이 기존 권총의 10분의 1 수준인 저위험 권총을 대안으로 마련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 경찰관의 안전을 위해 저위험권총을 다양한 각도와 지면에서 반복해서 낙하 실험을 한 결과이고, 일부 공이자국이 발생했지만 자국의 깊이는 격발될 위험이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며 “제조사와 함께 금년 내에 개선을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차질없이 현장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