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개봉한 영화 323편의 관객 수를 부풀린 정황이 16일 경찰 수사로 드러났다. 관객 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영화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다큐멘터리인 ‘그대가 조국’,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출연한 ‘문재인입니다’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개봉한 ‘비와 당신의 이야기’와 작년 개봉한 ‘비상선언’ ‘뜨거운 피’ 등도 순위 조작 영화에 포함됐다고 한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영화 상영관 3곳(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과 영화 배급사 24곳 등 업체 관계자 69명을 업무 방해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8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상영한 영화의 박스오피스 순위(흥행 순위)를 조작해 영화진흥위원회의 통합 전산망 운영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는 통합 전산망을 통해 상영관 등 영화 사업자가 집계한 영화별 관객 수, 매출 등을 통합해 박스오피스 순위를 발표한다.
상영관과 배급사 관계자들은 특정 영화를 개봉할 때마다 새벽 시간 등 일부 상영 회차의 좌석을 매진시키는 방식으로 영화진흥위원회 통합 전산망에 발권 정보를 허위로 입력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실제 관객 없이 이른바 ‘유령 상영’을 하거나 영화표를 구매한 뒤 시간 차를 두고 취소하는 수법도 썼다고 한다. 이런 편법으로 허위 발권한 관객 정보는 267만건이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관객 수를 조작해 개봉 초반 예매 순위를 높일 경우 추후 관람객의 예매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행위는 업계 관행처럼 이어져 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에 적발된 영화 중에는 관객 수를 최고 25%가량 부풀린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주로 흥행에 실패하거나, 저예산 영화에 관객 수 ‘뻥튀기’ 수법을 썼다”고 했다. 작년 5월 개봉한 ‘그대가 조국’, 올해 5월 개봉한 ‘문재인입니다’도 관객 수 조작 대상에 포함됐다. 이 영화들은 전체 관객 수 중 10~15%가량이 조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객 33만여 명을 동원해 그해 독립 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그대가 조국’은 3만명, 관객 11만여 명을 동원한 ‘문재인입니다’는 1만명가량 관객 수가 조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대가 조국’은 조국씨가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2019년 8월 9일부터 장관직을 사퇴한 10월 14일까지 내용을 담은 영화다. 작년 5월 25일부터 10월 1일까지 상영했는데, 이 기간 심야·새벽 상영분 577회 중 199회(35%)가 전석 매진된 것으로 나타나 ‘유령 상영’ 논란에 휩싸였다. 배급사 관계자는 “그대가 조국 같은 저예산 영화는 주로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 후원한 이들에게 관행상 예매표를 뿌리곤 한다”고 했다. 예매표를 받은 사람 중 상당수는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모두 관람객으로 집계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