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창원시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국 앞 모금함에 익명의 기부자가 놓고 간 손편지와 현금 500만원.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발신번호 표시가 제한된 전화, 정성 들여 쓴 손 편지, 그리고 현금다발.

경남에서 매년 이름과 얼굴을 알리지 않고 성금을 전달하는 ‘익명의 기부자’가 이번에는 호우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해 성금 500만원을 놓고 사라졌다.

25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발신제한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에는 매년 공동모금회에 기부를 해오는 얼굴과 이름 모를 익숙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남성은 “적은 금액이지만, 호우피해로 어려움에 처한 분들에게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사무실 밖을 살피니 입구에는 익숙한 듯 손 편지와 함께 현금 500만원이 놓여 있었다.

이 남성은 손 편지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희생자들과 오송 지하차도 사상자와 그를 수습하려다 꽃다운 나이에 희생된 해병대 채수근님께 삼가 조의를 표한다”며 “삶의 터전을 잃고 실의에 빠진 수재민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경남에서는 ‘얼굴없는 천사’ ‘키다리 아저씨’로 불리는 이 기부자는 매년 연말연시와 크고 작은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손 편지와 성금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연말 이웃사랑 캠페인을 시작으로, 2019년 진주 안인득 방화사건, 2020년 코로나와 호우피해, 지난해 산불 및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 이태원 참사, 올해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등을 이유로 성금을 전했다. 이번에 전달한 성금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누적 기부금은 총 5억5299만4310원에 달한다.

모금회 관계자는 “꾸준히 우리 사회 이웃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고 나눔에 참여하는 기부자님의 고귀한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호우 피해 수재민들의 빠른 일상회복을 위해 많은 분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호우 피해 특별모금을 오는 8월 16일까지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