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여당은 이번 주 민주노총이 예고한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에 법과 원칙대로 대처하겠다고 28일 밝혔다. 민주노총은 오는 31일 서울 도심인 세종대로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로 곳곳에서 동시 집회·시위를 벌인다고 예고했다. 경찰은 지난 16~17일 민주노총 노숙 집회처럼 불법 시위로 변질할 경우 강제 해산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법 테두리 안에서 하는 집회와 시위에는 그 어떤 규제나 제한도 없겠지만, 민주노총 불법 집회와 시위에는 엄정 대처하는 것이 시민의 자유를 지키는 정부의 기본 책임”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페이스북에 “집회·시위 자유를 오·남용하면서 선량한 타인의 자유를 침해해도 되는 특권은 어느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았다”며 “국민 일상에 막대한 고통을 유발하는 불법행위는 추방 대상”이라고 했다. 여당은 야간 집회 금지 등을 위한 법 개정에 야당의 동참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31일 낮부터 야간 시위까지 하겠다고 신고했지만, 경찰은 오후 5시까지만 집회를 허가했다. 경찰은 야간 문화제를 빙자한 불법 집회,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을 주목 중이다. 지난 16~17일 민노총의 1박 2일 집회 때도, 경찰이 허가한 집회 시간은 오후 5시까지였지만 노조 측은 이태원 추모 문화제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야간 집회를 이어갔다.
민주노총 소속 2만여 명은 평일인 31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약 1㎞에 걸쳐 ‘노동 개악 노조 파괴 분쇄, 윤석열 정권 퇴진 총파업’ 집회를 연다. 이 일대 세종대로 왕복 8차로 중 4차로를 점거할 예정이라 도심 교통이 마비돼 시민들은 교통 체증과 소음으로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본집회에 앞서 오후 2시쯤부터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1만여 명이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금속노조 3000여 명은 경찰청 본청 앞에서, 민주노총 3000여 명은 서울대 병원 앞에서 각각 사전 집회를 연다. 이들은 집회가 끝난 뒤 본집회가 열리는 세종대로로 행진해 집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집회는 경찰의 불법 집회 대응 의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지난 16~17일 건설노조의 노숙 당시엔 노조가 여러 불법을 저질렀지만, 경찰은 사실상 지켜만 봤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에 사과했고, 연일 ‘불법 집회 엄중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 25일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예고했던 대법원 앞 ‘1박 2일 노숙 투쟁’을 강제 해산했다. 경찰은 지난 24일부터는 불법 집회·시위 해산 훈련을 재개했다.
문재인 정부 땐 불법 집회에 엄정 대응하기보다는 집회 주최 측 권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찰 내부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경찰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8년부터 불법·폭력 집회 건수를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년 경찰이 발표하는 ‘경찰통계연보’를 보면 2018년부터 불법 폭력 집회 건수 통계가 사라졌다. 경찰은 지난 2006년부터 불법 폭력 시위 건수를 따로 관리했다. 이를 근거로 불법 폭력 집회 단체 명단을 작성해왔고, 불법 폭력 집회에 참여한 시민 단체는 정부 보조금 불이익을 받았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불법 시위 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 제한 규정을 예산 집행 지침에서 삭제했다. 불법 집회를 관리해야 할 경찰도 이 기조에 편승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통계가 시민 단체의 보조금 불이익 등이 될 수 있어 앞으로 따로 관리할 계획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