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건설노조가 16~17일 서울 도심에서 벌인 ‘1박2일 집회’에는 현행법을 교묘하게 이용한 ‘꼼수’와 ‘편법’이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건설노조는 주말이 아닌 평일 이틀에 걸쳐 집회를 열었다. 서울 도심 세종대로 기능은 마비됐고, 인근 보행로는 노조원의 ‘야영장’이 됐다. 출퇴근 시민이 없는 주말에 열리는 집회와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평일 출근길… 자고 있는 조합원들 - 지난 16일부터 서울 세종대로 일원에서 이틀째 노숙 시위를 이어간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천변 인도 위에서 수건 등으로 얼굴을 덮은 채 잠을 자고 있다. 이들 때문에 출근하던 시민들은 차로나 자전거 도로로 가야 했다. /연합뉴스

현행 집시법에도 ‘주요 도로’상의 집회를 금지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집시법 12조에 ‘관할 경찰관서장은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경찰은 문재인 정부 이전인 2011~2016년 그 조항을 근거로 400건 이상의 집회·시위를 금지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에 세종대로 8차로 가운데 4~5차로를 민노총 집회 장소로 내줬다. 경찰 관계자는 “민노총이 불복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 법원이 민노총 손을 들어주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경찰이 재량권 행사를 지레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세종대로상에서 건설노조에 허용된 집회 시간이 오후 5시까지였다. 그러나 건설노조는 다른 단체가 주최한 ‘이태원 추모 문화제’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야간 집회를 이어갔다. 이태원 추모는 일종의 ‘관혼상제’이기 때문에 경찰은 야간 집회를 허용했는데 민노총이 이를 활용하는 ‘꼼수’를 썼다는 것이다.

당시 경찰이 집회 해산 경고 방송을 수차례 했지만, 민노총은 듣지 않고 오후 8시까지 세종대로 4차로를 점거했다. 경찰은 불법 집회에 대해 세 차례 이상 해산명령을 내린 뒤, 불응할 경우 직접 해산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16일 집회에서 경찰은 이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 경찰은 조만간 해산 명령에 불응한 건설노조 집회 주최자들을 조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벌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건설노조는 소음 기준도 위반했다. 경찰은 소음 기준을 계속 어길 경우 집시법 14조에 따라 확성기를 압수하는 ‘일시 보관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 이 조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2019년부터 경찰이 서울에서 ‘일시 보관 조치’를 취한 건 2차례였다. 경찰 관계자는 “수만 명이 모인 집회에서 확성기를 빼앗으면 자칫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집회 소음 기준을 위반하면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등에 처할 수 있다. 처벌 수위가 낮아 경찰의 경고를 무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은 또 ‘차로를 점거하지 않은 노숙’은 처벌이 어렵다고 했다. 도보, 공원을 점거한 채 소란을 피울 경우에 경범죄로 벌금을 부과하는 정도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