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원을 들여 제작하고도 짝퉁 논란과 부실 제작 등으로 골칫거리로 전락한 경남 거제의 거북선이 154만원이라는 헐값에 낙찰됐다.
거제시는 지난 16일 진행된 ‘거제시 공유재산 매각 일반입찰’을 통해 ‘임진란 거북선 1호’가 154만원에 낙찰됐다고 17일 밝혔다.
거제시는 지난 2월 1억1750만원으로 매각을 추진했지만, 7번이나 유찰된 끝에 154만원이 됐다. 거북선을 낙찰받은 사람은 개인으로 사용 용도는 알려지지 않았다.
낙찰자는 낙찰일로부터 10일 이내 잔금을 치르고 매매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또 계약 후 30일 이내에 물건을 인수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거북선의 상태가 좋지 않아 온전한 모습으로 거북선을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 내부가 3층 구조에 길이 25.6m, 폭 8.67m, 높이 6.06m인 이 거북선은 무게만 100t이 넘는다. 매각 비용과 별개로 거북선 인수인계에 소요되는 모든 제반비용도 낙찰자 부담이다. 최종적으로 매각이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거제 거북선은 지난 2010년 김태호 도지사 재임 당시 경남도가 ‘이순신 프로젝트’ 일환으로 제작했다. 약 20억원을 투입했다. 당시 전문가 고증을 거쳐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모습으로 만들었다며 ‘1592 거북선’으로도 불렸다.
그러나 곧바로 ‘짝퉁’ ‘부실’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당초 경남도는 거북선 제작에 국내산 소나무 ‘금강송’을 썼다고 했지만, 실제 거북선 건조를 맡은 업체는 계약과 달리 80% 넘게 수입산 목재를 썼다. 이 일로 업체 대표가 구속되기도 했고, 이후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사과를 하는 곡절도 있었다.
또 건조가 완료된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당초 거제시는 2012년 경남도로부터 거북선을 인수해 거제 지세포항 앞바다에서 승선체험 등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흔들림이 심하고 비가 새는 등 관리가 힘들자 결국 바다가 아닌 육지로 옮겨졌다. 지금도 거북선은 거제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에 자리잡고 있다.
이후에는 목재가 썩고 뒤틀리는 현상으로 또다시 골머리를 앓았다. 보수공사나 도색 등에 매년 수천만원이 투입됐다. 거제시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거북선 유지보수를 위해 쓴 예산만 1억5000만원이었다. 지난해에는 태풍 힌남노 때문에 선미(꼬리)가 파손됐다.
결국 안전사고 우려 등으로 폐기 처분 의견이 나왔다. 거제시는 거북선을 전면 보수하는데만 수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내구연한이 7~8년에 불과해 효용가치가 떨어진다고 보고 결국 매각을 결정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제작 당시부터 목재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태풍 등 영향으로 파손되기도 했고, 안전사고 우려도 계속 나오고 있어 처분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