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최근 경찰청에 마약 수사 관련 예산 증액을 검토해달라 요청한 것으로 9일 전해졌다. 국가 예산을 관리하는 기재부가 일선 부처에 예산 증액을 주문한 건 이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검찰과 경찰은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마약의 유통, 판매 조직을 뿌리 뽑고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라”고 지시한 데에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경찰의 마약 예산은 작년 20억3000만원에서 올해 31억원으로 늘었다.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다크웹(특정 프로그램으로만 접속할 수 있는 웹), 가상자산(코인 등)을 활용하는 등 범죄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지만, 경찰의 마약 예산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예산이 적다 보니 손님으로 위장해 마약을 사면서 공급책을 잡는 이른바 ‘함정 수사’는 시도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증액된 예산이 추후 국회 문턱까지 넘는다면 마약 수사에 숨통이 트일까 싶어 내심 반기는 분위기”라고 했다.
경찰의 마약 수사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경찰청 마약 수사 인력은 일선 경찰서까지 모두 합쳐 360여 명이라고 한다. 2018년 치안정책연구소의 ‘경찰 마약수사전담팀 업무량 분석’에 따르면 경찰 내 마약 수사 적정 필요 인력은 692명으로, 실제 경찰 배치 인력은 필요 인력의 절반 수준이다.
악조건 속에서도 마약 수사를 진행 중인 일선 형사들은 최근 윤석열 정부가 ‘특별승진제도(특진제)’를 적극 적용하겠다고 밝힌 것을 내심 반기는 모양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작년부터 민생 범죄에서 우수한 수사 공적이 있는 경찰관을 찾아가 직접 특진 임용하고 있는데, 최근엔 마약 관련 범죄단체조직을 소탕한 경기남부청 이동길 경사 특진시켰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지난 문재인 정부 때는 마약 관련 특진이 적었다”며 “수사관들이 승진 공부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고, 범죄 단속 현장에 집중하기 힘든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