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 마련된 대학수학능력시험장에 수험생들이 입장하고 있다./김태호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이후 세 번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7일 시작됐다. 올해도 시험장 앞에서 펼쳐지던 후배들의 열띤 응원전은 코로나 여파로 찾아볼 수 없었다. 수험생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가족들의 격려를 등에 업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이날 오전 7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 마련된 서울시교육청 제13지구 제14시험장 앞은 한산했다. 쌀쌀한 날씨 속에 교문 주변에는 교통통제를 위해 이른 새벽부터 나온 자원봉사자와 경찰관, 학교 관계자 등이 보였다.

매년 수능 때마다 볼 수 있었던 열띤 응원전과 북·꽹과리 소리는 물론 박수·함성도 없었다. 교사들의 ‘격려 포옹’과 수험생들을 위한 따뜻한 차와 간식도 옛말이 됐다. 2020년 코로나가 창궐하자 정부가 나서 수능 응원 자제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각 서울 종로구 경복고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가끔 “파이팅”을 외치는 학부모들의 응원 소리가 전부였다.

다만 여의도여고 앞에는 초등학생 3명이 ‘수능 파이팅’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사탕과 초콜릿을 나눠줬다. 여의도초등학교 5학년 유지아(11)양은 “수능이 큰 시험이어서 응원할 겸 왔다”며 “수능 보는 언니·오빠들에게 나눠주려 한다. 친구들끼리 자발적으로 왔다”고 했다.

오전 7시 30분쯤 수험생들이 하나 둘씩 도착했다.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도시락 가방을 든 채 시험장으로 향했다. 영상의 기온이었지만 패딩 차림도 있었고, 목표하는 대학의 학과 점퍼를 입은 수험생도 눈에 띄었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학부모들만이 초조한 마음으로 수험생들을 격려했다. 이들은 자녀들과 짧은 손인사를 나누고 포옹을 했다. 수험생들은 “최선을 다하라”는 격려와 함께 교문을 통과했다.

노진용(18)군은 “공부한대로 후회 없이 치르고 싶다”면서 “코로나 때문에 친구들과 추억을 많이 못 쌓은 게 아쉬운데, 수능이 끝나면 친구들과 추억을 쌓고 싶다”고 했다.

17일 오전 광주 서구 서석고등학교에서 학부모가 수험생을 격려하고 있다./연합뉴스

수험생들은 대체로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이를 지켜보는 학부모들은 긴장과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한 학부모는 자녀가 시험장에 들어간 뒤에도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교문 주변을 서성였다. 또 다른 학부모는 고개를 숙인 채 “제발”이라고 말하며 기도를 했다.

학부모 성윤지(48)씨는 “맏이의 수능이라 더 떨리는 게 있는 것 같다”며 “평소대로 시험을 보라고 했지만, 조금 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웅호(48)씨는 “후회 없이 잘 치라고 말하고 싶다”며 “수능이 끝나면 함께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진우(52)씨는 “고사장에 들여놓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면서 “같이 오면서 ‘마음 편하게만 하라’고 말했다. 아이가 조금 더 일찍 공부할 걸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아쉬움은 떨치고 최선을 다하라고 용기를 심어줬다”고 했다.

이번 수능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국어영역(오전 8시 40분~10시), 수학영역(오전 10시 30분~낮 12시 10분), 영어영역(오후 1시 10분~2시 20분), 한국사 및 탐구영역(사회·과학·직업, 오후 2시 50분~4시 37분), 제2외국어·한문영역(오후 5시 5분~5시 45분) 순서로 진행된다.

지원자는 작년보다 1791명 줄어든 50만830명이다. 재학생은 전년 대비 1만471명 감소한 35만239명(68.9%)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