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서울 지하철 신당역 내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이 자신을 스토킹·협박한 동료 직원에게 살해당한 사건과 관련해, 두 사람이 근무했던 서울교통공사 측에도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야간에 여성 역무원 홀로 순찰을 돌 수 밖에 없었던 만성적인 인력 부족, 불법촬영에 연루된 피의자의 직위 해제 이후에도 철저한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미뤄볼 때 공사가 피해자 보호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 살해 사건은 피해자 A씨가 야간 순찰 근무를 하던 14일 오후 9시쯤 발생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사고 당시 피해자는 혼자 순찰을 했고 별도의 보호장비도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에 따르면, 역무원이 일상적인 순찰 업무를 할 때 2인 1조로 다녀야 한다는 규정은 따로 없는 상태다.
다만 터널 내 작업장이나 공사장 등 위험 요인이 있는 곳에서만 2인 1조로 근무하도록 탄력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역무원과 별도로 ‘지하철 보안관’이 있지만,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역사 순찰은 역무원들이 대부분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의 둘째 삼촌인 이모씨도 이날 빈소 앞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공사 측에 ‘여직원이 야간에 혼자 순찰 나가는게 맞냐’고 물으니 공사에서는 ‘그럼 화장실을 같이 가냐’고 이야기했다”라며 “지하철 역사에 조금 안전관리 직원이 더 많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전씨가 A씨와 관련된 영상 유포 협박 혐의로 고소된 이후 직위해제가 됐지만 공사 내부망에 접속해 A씨의 근무 역사와 근무 시간을 알아낸 것도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의 큰아버지는 이날 “공사 입사 동기가 그런 일을 저질러서 면직 상태에 있는데 최소한 인사과나 총무과에서 중점적으로 관리했더라면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수사결과에 따라 징계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전씨는 1심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인 어제(14일)까지도 직위 해제 상태였다”라며 “내부 징계가 결정되기도 전에 직원 신분으로서 인트라넷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버리는 것은 어렵다”라고 밝혔다.
전씨의 직위해제 직후 공사 내부의 분위기도 피해자를 위축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의 여동생은 이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전씨가 직위해제가 됐을 때 공사 직원들이 언니가 신고한 줄 모르고 ‘그럴 사람이 아닌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들었다”라고 했다. 공사 내부에서 피의자를 두둔하는 발언 등이 일부 나왔고, 피해자를 더 숨게 만들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