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가 북상하면서 지난 8월 시간당 1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던 서울 강남권 곳곳에서는 5일 한 달 만에 또 다시 수해를 입을까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까지 서울에는 97.7㎜의 비가 내렸다. 한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오후 9시 51분쯤 잠수교가 전면 통제되기도 했다. 지난 4일부터 서울둘레길 등 모든 등산로도 폐쇄된 상태다.
이날 오후 찾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사시장의 상인들은 입을 모아 “빗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콩닥거린다”고 했다. 이곳은 지난 8월 초 상점 100곳 중 85곳이 물에 잠기는 등 침수 피해가 컸던 곳 중 하나다. 최근까지 손님을 제대로 못 받은 채 복구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태풍 힌남노가 다가오면서 비가 많이 내려, 이날 복구 작업을 멈추고 수해 대비로 전환했다. 시장 곳곳에선 상인들이 주민센터에서 받아온 모래주머니를 가게 앞에 쌓느라 분주했다. 신사시장 번영회 관계자는 “최근 3주 동안은 당시 하수구에서 넘친 오물을 닦아내고 소독약을 뿌리느라 장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지난주부터는 지붕을 고치고 있었는데, 이게 끝나기도 전에 또 큰비가 온다니 큰일이다”고 했다.
강남권 폭우 때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던 반지하 주택에 사는 시민들도 “언제 물이 갑자기 찰지 모르니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잘 것 같다”면서 걱정이 크다. 동작구 사당5동의 반지하 주택에 사는 최모(24)씨도 당시 집 안에서 물이 무릎까지 차는 경험을 했다. 그는 “오늘 밤은 혹시 빗물이 들어와도 문이 잠기지 않도록 현관문과 방문을 다 열어둔 채 보낼 생각이다”고 했다.
지난 8월 이재민이 된 사람들 가운데에는 살던 집의 피해 복구가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또 태풍을 만나게 된 경우도 있다. 당시 피해가 컸던 강남구 구룡마을 판자촌의 경우 이재민 일부가 여전히 호텔과 모텔, 교회 기숙사 등을 옮겨 다니고 있다. 서울 동작구 사당2동 반지하에 살던 이양임(75)씨도 아직 동작구에서 마련한 임시 보호 센터에서 지낸다. 그는 “또 비가 오니 집으로 돌아갈 날이 더 늦어지는 건 아닌가 걱정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