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1시 10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우성아파트 단지 앞을 지나던 3420번 버스 안에서 큰 소란이 일었다. 버스에 막 올라탄 40대 남성 A씨가 갑자기 버스 바닥으로 고꾸라진 것이다. 그는 버스에 올라타 카드로 버스비를 내려고 가방을 뒤적이다가 갑자기 푹 쓰러졌다고 한다. 갑자기 숨을 쉬지 않고 맥박이 멎은 심정지 상태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를 되살린 것은 그와 전혀 안면이 없었던 버스 승객 등 평범한 시민 의인(義人)들이었다.
경찰과 소방 등에 따르면 A씨가 쓰러지자마자, 버스 기사는 즉시 갓길에 차를 세우고 경찰과 119에 신고를 했다. 그리고 30대 여성과 40대 후반~50대 초반 남성 등 당시 버스에 탔던 승객 2명이 A에게 달려와 그의 몸을 주무르며 상태를 살폈다. 오토바이를 타고 그 근처를 지나가던 배달 기사 정용덕(45)씨도 의인 중 하나였다. 그는 버스가 갑자기 멈추더니 승객들이 차량에서 내리는 걸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해 버스로 다가갔다고 한다. 버스 앞쪽 통로에 축 늘어진 A씨를 보자마자, 정씨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심정지 환자를 살려낼 수 있는 ‘골든 타임’은 보통 4분 안팎이다. 정씨와 버스 기사, 승객 2명은 이 시간 A씨를 살려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정씨가 40~50번쯤 가슴을 압박했을 때, A씨가 “헉” 소리를 내며 숨을 뱉어냈다. 하지만 금세 다시 호흡이 멎었다. 여성 승객은 버스 기사의 휴대폰을 넘겨받아 119 구급대와 영상 통화를 하며 이 과정을 실시간으로 전달, 의료진의 조언을 받아 전했다. 중년 남성 승객은 혈액순환이 될 수 있도록 A씨의 발을 쉬지 않고 주물렀다고 한다.
신고를 받은 직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심폐소생술을 이어받았고, 5분 뒤 도착한 구급대원들이 제세동기를 이용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그러자 마침내 A씨의 맥박이 돌아왔다. A씨는 이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5분쯤 되는 그 시간이 몇 년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우연히도 정씨는 이날이 자기 마흔다섯 번째 생일이었다고 했다.
당시 A씨를 옮겼던 소방 관계자는 “심정지 환자의 경우 초반 대처가 생존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시민들께서 가슴 압박 등 응급처치를 빠르게 한 것이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정씨는 “내가 태어난 날 다른 한 생명을 살렸다니 평생 잊지 못할 뿌듯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