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성북구 북악산 자락 삼청각(三淸閣)은 푸르고 고요했다. 이곳은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직후 남북적십자대표단의 만찬 장소로 사용하기 위해 건립된 후, 남북 비밀 협상, 한·일회담 막후 협상 장소, 정치인 회동 장소 등으로 쓰이던 곳이다.
이후 2000년 서울시가 매입해 한식당 등 전통 문화 복합 공간으로 운영했고, 2020년 10월부터 1년 9개월동안 보수 공사를 진행해 지난 27일 개관식을 갖고 재개장했다.
삼청각 정문은 서울 종로구와 성북구를 연결하는 삼청터널을 지나야 나온다. 정문을 들어서면 보이는 안내문에는 건물의 위치 등이 소개되어 있는데, 2만115㎡의 부지인 이곳에는 본채인 일화당과 5개의 별채인 유하정·천추당·청천당·취한당·동백헌이 있다. 5개의 별채는 얼핏 똑같은 한옥으로 보였지만, 내부를 들어가보니 각각의 특색을 띠고 있었다.
안내문을 지나 바로 오른편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한옥은 취한당과 동백헌이다. 먼저 취한당은 전시 전용 공간으로, 이 입구에는 ‘소박한 축전’이라는 이름의 전시회 안내 포스터가 세워져 있었다. 전시 시작 시간은 오전 11시이고, 성북구립미술관의 소장 작품 18점을 볼 수 있다. 오는 8월 28일까지 진행된다.
동백헌은 한옥 카페로 도심 속 카페와는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다. 카페 안에서는 전통 악기로 연주하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활짝 열어둔 문 사이로는 나뭇잎들이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어왔다. 이곳에서는 커피뿐만 아니라 생당귀차, 흰민들레차 등 전통차를 판매한다. 또, 카페 내부 한쪽에서는 도자기 등도 판매 및 전시하고 있었고, 카페 외부에는 4인석 테이블 8개 정도의 야외석도 마련되어 있었다.
취한당과 동백헌을 나와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천추당이 나온다. 284m² 크기의 이곳은 기업 행사 등을 진행하는 장소로 쓰인다. 천추당과 붙어있는 청천당은 전통 혼례를 진행하는 장소 등으로 쓰이는데, 정문으로 들어가니 주황색 꽃과 전구로 장식돼 있었다. 특히, 이 청천당은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찾은 곳이었다고 한다.
유하정은 팔각모양의 정자로, 30여개의 계단을 올라 이곳에 도착하면 인근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시냇물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한국전통 음식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 등이 운영될 예정이다.
정문으로 들어와서 취한당·동백헌·천추당·청천당·유하정, 이 5개의 별채를 지나면 본채인 일화당이 나온다. 일화당은 3235m²의 규모로, 크게 1층과 2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화당 1층에는 120석 규모의 한식당이 있는데, 이날 오전 방문한 이곳은 직원들이 청소를 하는 등 손님 맞을 준비로 한창이었다. 이곳에는 7개 룸이 별도로 마련돼있는데, 창문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은 여름의 초록으로 물들어 있었다.
일화당 2층의 카페의 테라스 좌석에서는 소나기가 내려 흐린 날씨임에도 삼청각의 별채들과 제2롯데월드 등 서울 도심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2층에는 카페뿐만 아니라 150석 규모의 공연장도 있었는데, 매주 수요일 유료 정기 공연이 이곳에서 열린다고 한다.
한편, 지난 27일 열린 개관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에르신 에르친 주한 튀르키예 대사, 에드가르 가스파르 마르팅스 주한 앙골라 대사, 바큿 듀쎈바예프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 등이 참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삼청각이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문화관광명소로 자리 매겨 국내외 관광객들의 큰 사랑을 받기를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