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인이 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증여받은 주식에 대한 세금 면제 자격을 상실했더라도 세무 당국이 소급 과세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행정1부(재판장 박해빈)는 롯데장학재단이 동울산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롯데장학재단은 인재 육성과 기초과학 분야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익 법인이다. 1983~1990년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롯데 계열사 4곳의 주식 40만여 주가 재원으로 출연됐다. 이 재단은 대기업 계열사 지분의 5%를 초과하는 주식을 보유하더라도 초과분에 대한 가산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공익 법인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2008년 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전체 이사 중 출연자 가족 등 특수 관계인이 5분의 1을 초과하면 가산세 면제를 받을 수 없다’는 조항이 생기면서 문제 소지가 생겼다.
부산지방국세청은 지난 2017년 롯데장학재단에 대한 조사에서 “2012~2014년 전체 이사 6명 중 고 신격호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이사장 등 이사 3명이 롯데와 특수관계인인 것으로 드러나 가산세 면제 대상이 되는 공익법인의 지위를 상실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동울산세무서가 3년치 가산세 191억2000여 만원을 부과했고, 롯데장학재단은 세금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세무서의 손을 들어줬다. 기업이 공익 법인에 주식을 출연해 증여세를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로 2008년 세법 시행령을 개정했기 때문에 해당 과세는 정당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2008년 개정 시행령에 ‘시행 이후 최초로 공익법인 등에 주식 등을 출연하거나 공익법인 등이 주식 등을 취득하는 것부터 적용한다’고 규정돼 있으니 이전에 롯데장학재단에 출연된 주식에 소급 과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과세, 비과세, 조세 감면을 막론하고 조세 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法文·법률의 문장)대로 해석해야 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 유추 해석해선 안 된다”며 “납세 의무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