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미추홀구에 사는 직장인 장모(26)씨는 지난 3월 취업준비생 친구와 함께 서울의 한 점집을 찾았다. 장씨는 취업이 안돼 우울하던 시절 점집에서 위로를 받은 기억에 친구에게도 함께 가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점집에서 무속인이 “취업이 안 되는 건 아직 때가 안 와서 그렇다”며 장씨에게 해준 말이 큰 힘이 됐다는 것이다. 장씨는 “5만원 안팎이 들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갈피라도 잡을 수 있는 것 같아 점집을 계속 찾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특별한 시기 점집을 찾는 등 무속(巫俗)에 관심을 갖는 2030세대들이 늘고 있다. 취업, 이직, 결혼 등의 문제로 고민이 많은데, 이런 고민을 털어놓기 위해 무속인을 찾아 신점이나 사주 등을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29)씨는 최근 남자친구와 결혼 문제로 고민이 많아 친구들에게 ‘용한 점집’을 수소문했다고 한다. 친구가 추천해준 서울 강남구의 한 점집에 전화를 걸어 ‘주말에 신점을 볼 수 있냐’고 문의하니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예약을 잡았다는 이씨는 “누가 내 결혼 문제에 대해 답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무속인 한모(30)씨는 “최근 점집을 찾는 10명 중 8명은 2030″이라며 “미래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특히 많다보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 같다”고 했다.
무속을 하나의 문화처럼 즐기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유튜브에서는 무속인이 직접 운영하는 채널도 인기다. 예컨대 ‘무당 한달차 후기’, ‘돈복이 좋은 아이돌 멤버’와 같은 영상을 올리기도 한다. 또, 관광지나 젊은층이 많이 몰리는 거리에는 운세뽑기 기계 등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 기계에 1000원정도 소액을 넣으면 운세가 적힌 종이가 든 통을 뽑을 수 있는데, 젊은층 사이에서는 스티커 사진이나 인형뽑기처럼 하나의 오락거리가 되고 있다. 전화나 메신저 등으로 점을 보는 비대면 방식도 등장했다. 경기도 시흥시에 사는 임모(27)씨는 지난해 3개월을 기다려 5만원을 내고 ‘전화 신점’을 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