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라인업 LineUp'

지난달 20일 일본 패션 ‘유니클로’가 이탈리아 브랜드 ‘마르니’와 손 잡고 만든 ‘유니클로 앤드 마르니’ 컬렉션 출시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유니클로 매장 앞은 패션 애호가들로 성황을 이뤘다. 세상의 모든 줄서기, 라인업!팀도 이날 현장을 찾아 관련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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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신사동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사람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유튜브 채널 ‘라인업 LineUp’

라인업은 오래 전부터 유니클로를 둘러싼 한국 소비자들의 복잡한 감정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왔다. 한때 한국 시장에서 단일 패션 브랜드로 가장 큰 매출을 일으켰던 일본 상표에 국제 정치·외교·사회·경제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취재 대상’이다. 한국의 유니클로 소비자들에게 누군가는 ‘개·돼지’라 모욕했고, 누군가는 ‘개인의 자유’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노 재팬’ 운동이 본격화하면서 유니클로의 한국 매출은 2019년 9749억원에서 이듬해 5746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오늘은 라인업팀을 ‘유니클로 오픈런’ 현장으로 이끈 몇가지 장면을 소개하고자 한다.

◇#1. 2017~2020년 서울 한 이자카야

서울 강남의 50㎡(약 15평)짜리 점포에서 테이블 7개(30석)를 놓고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최모 사장을 알게 된 것은 지난 2017년이다. 30대 후반인 최씨는 고교 졸업 후 주점·식당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10여년 전 작은 선술집을 차렸다.

그런 최씨 얼굴은 해가 갈수록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옆 동네 횟집 사장이 빚더미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한 뒤에는 더 그랬다. 2019년 여름, 반일 불매운동에 휩쓸려 가게가 텅텅 비었을 땐, 반쯤 넋이 나간 듯 보였다.

2019년 8월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술집 입구에 일본산 맥주 판매 중지를 알리는 문구가 적혀 있다. 최근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해 시작한 불매운동이 일식당으로 번지면서 많은 점주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장련성 기자

“근처에서 호프집·족발집·고깃집·치킨집을 하는 자영업자 모임이 있어요. 횟집 사장도 그 멤버였죠.” 10년 전 스무 명으로 시작한 ‘사장님 모임’에는 여러 사람이 드나들었고, 2020년 봄, 여덟 명이 남았다.

월든 호숫가에서 오두막 짓고 살지 않는 이상, 개인의 삶은 국가의 거시적인 정책 결정에 휩쓸리기 마련이다.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 누군가 부른 죽창가 때문에 지방 소도시 일식당 주인의 밥줄이 끊길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이제 ‘경험’으로 안다.

◇#2. 2018~2019년 대법원 그리고 청와대

기자는 지난 2018년 사회부 소속으로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특집 보도를 담당했다. 그해 10월 우리나라 법원은 13년 만에 “일본 기업은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법률·외교 분야에서 이 문제를 치밀하게 연구해 온 전문가 그룹은 판결의 후폭풍을 진심으로 걱정했다. 다만, ‘친일파’ 낙인이 두려워 대중에게 해당 판결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설명하기를 주저했다. 수년 전부터 학계에서 이 판결의 이론적 난점과 딜레마를 지적해 온 서울대 교수와 엘리트 판사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극구 거절했다. 한일협정 연구 권위자인 이원덕 국민대 교수, 일본 대사 출신 신각수 외교부 전 차관 등이 ‘실명 인터뷰’를 갖고 판결의 국제법적 문제를 지적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인천 구월문화로상인회 회원들이 2019년 7월 인천 구월동 상가 밀집 지역에서 열린 '일본 경제보복 규탄 불매운동 선언 행사'에서 렉서스 승용차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판결 직후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이미 보상금을 건넸다”며 반발했다. 얼마 뒤 한국에서 일본 기업에 대한 재산 압류 절차가 가시화했다. 2019년 7월, 일본은 돌연 한국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수출 규제 조치를 감행했다.

일본의 기습적이고도 졸렬한 반격과는 별개로, 한국에선 우리 정부의 ‘무대책·무대응’ 책임론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었다. 청와대는 결국, 국민 감정을 단번에 자극하는 ‘친일 대(對) 반일’ 카드를 꺼내들었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페이스북을 통해 ‘매국노 구분법’을 안내하고, ‘죽창가’를 홍보했다. 21세기 ‘반일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3. ‘노노 재팬’ 운동 3년

양국 정치권이 빚어낸 ‘한일 갈등’이 경제 영역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와 유니클로는 물론, 크고 작은 소상공인까지도 유탄을 맞아야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20일 간판 칼럼을 통해 “일본에서는 이전까지 ‘경제 수단으로 다른 나라에 압력을 가한다’는 발상 자체가 없었다”며 “일본 정부가 감행한 2019년 반도체 수출 규제는 한국에 도의적 우위성을 제공한 통상 정책의 명백한 실패이자 흑역사”라고 꼬집었다.

지난 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8초 악수’를 나눈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직후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핵심 소재로 쓰이는 3종에 대해 수출 규제를 발동했다. /AP 연합뉴스

한국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 재팬 운동 3년, 우리 사회를 휩쓸고 지나간 반일 캠페인이 과연 무엇을 남겼는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중이다. 지난달 30일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한일 간에는 해결이 쉽지 않은 여러 문제들이 가로놓여 있고 경제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한일 경제인은 ‘더 이상의 관계 악화를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을 공유하며, 최근 나타난 ‘양국의 관계 개선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4. 한국의 유니클로, 일본의 한국대사관에서 벌어진 ‘오픈런’

세상의 모든 줄서기, 라인업!’팀이 ‘노 재팬’ 운동의 주요 타겟이었던 ‘유니클로’ 매장 앞을 찾아간 것은 그래서다. 현장에서 만난 2030 소비자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얘기를 들려줬다. “정치 문제가 패션 소비 영역과 무슨 상관이냐”는 취지였다. 이들은 ‘사라 마라’ 강요하는 문화에 대해서도 “함부로 선을 넘는 것”이라며 불편해했다.

지난 1일 오후 일본 도쿄의 주일본한국대사관 영사부 앞에서 한국 여행을 위한 비자(사증)를 신청하려는 일본인들이 노숙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제 오늘 국내 주요 언론은 일제히 일본 도쿄의 한국대사관 영사부 앞에서 ‘한국 관광비자’를 받기위해 밤샘 ‘오픈런’을 벌이는 일본 2030세대를 집중 조명했다. 궁지에 몰릴 때마다 혐일·혐한 정서를 이용해 온 정치세력의 구태에도, 한국의 유니클로·일본의 한국대사관 앞이 ‘오픈런’ 행렬로 붐빈다는 건 우리에게 많은 생각꺼리를 남긴다.

유니클로에서 만난 한국의 MZ세대 이야기는 유튜브 채널 ‘라인업 Lineup’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신사동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사람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유튜브 채널 ‘라인업 LineUp’

#STORY 조선일보 한경진 기자

#VIDEO 스튜디오광화문 이예은 PD

#유튜브 바로가기 [EP.11 “내 패션에 정치를 강요하지마” 유니클로에 MZ세대가 모였다!] https://youtu.be/PQCCK9x2yy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