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6시쯤 서울 강남구의 한 샐러드 전문점. 5평 남짓한 주방에서 직원 한 명이 배달 주문에 맞춰 스테인레스 용기에 단호박, 올리브 등을 담고 있었다. 이 가게는 작년 11월 서울시의 ‘다회용기 배달 시범사업’에 참여한 이후 배달 앱 요기요에서 ‘다회용기’를 선택한 고객에게 스테인레스 용기로 배달을 해주고 있다.
가게 사장 이재석(47)씨는 “샐러드는 신선도가 중요해 일회용기를 쓰더라도 알루미늄 등 상대적으로 비싼 재질의 용기를 써야 하는데 다회용기로 바꾸고 나선 용기당 50원씩 아끼고 있다”며 “요기요에서 나오는 매출도 한 달에 50~100만원 정도였는데 올해 초부터는 350~400만원으로 확 올랐다”고 했다.
서울시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배달 앱 요기요와 협약을 맺고 ‘다회용기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배달 주문이 많은 서울 강남구 소재 음식점 100여 곳을 대상으로 고객이 원할 경우 다회용기로 음식을 배달한 것이다. 이때 다회용기 수거 및 세척에 드는 주문당 1000원의 소비자 부담금은 시에서 부담했다.
다회용기는 배달 음식점들이 주로 쓰는 일회용 종이·플라스틱 용기보다 용기당 50원에서 많게는 200원 가량 비싸다.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환경에 도움이 되고자 참여했던 가게들은 오히려 ‘포장이 고급스럽다’는 등 좋은 리뷰가 달리고, 친환경 소재를 선호하는 고객들이 몰리면서 매출이 올랐다고 한다.
서울 강남구의 한 족발집은 작년 10월부터 다회용기 배달을 시작했는데, 요기요 앱을 통한 매출이 당시 100만원에서 지난 4월엔 600만원까지 올랐다고 한다. 가게 매니저 황모(40)씨는 “족발, 보쌈은 음식이 식은 채 도착하면 고객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다회용기는 락앤락(밀폐용기) 형태라 보온이 잘 된다”며 “고객 입장에선 쓰레기를 따로 처리할 필요도 없어 주변 사무실 등에서 단체 주문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인근에서 덮밥집을 하는 김승규(38)씨는 “다회용기 사용 이후 고객들이 ‘배달 음식이 아니라 도시락을 먹는 거 같다’ ‘포장이 깔끔하다’는 등 좋은 리뷰가 많이 달렸다”며 “앱상에서 ‘다회용기’ 카테고리가 따로 있어 고객들한테 노출도 잘 되는 등 매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다회용기 이용시 고객 입장에서도 잔반과 일회용기를 따로 처리해야 하는 등 골칫거리들이 사라져 편하다고 한다. 식사를 마친 고객은 용기째로 배달 가방에 넣고 문 앞에 두면 업체 측에서 6시간 내로 수거해간다. 서울 강남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강모(29)씨는 “사무실에서 단체로 배달을 시키면 일회용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곤란했는데 다회용기는 배달 가방에 넣기만 하면 된다”며 “플라스틱 용기에 뜨거운 음식이 담길 때 나오는 환경호르몬을 걱정할 필요도 없어 좋다”고 했다.
한편, 비용 부담 때문에 부정적인 가게들도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햄버거집을 하는 김모(25)씨는 “배달 한 번당 평균적으로 300원의 용기값이 드는데 다회용기를 쓰면 1.5배는 더 비싸다”며 “배달비도 올랐는데 용기값까지 부담하려니 만만치 않다”고 했다. 인근의 한 떡볶이집 사장은 “매장이 작은데 다회용기는 자리를 많이 차지해 불편하다”며 “아직까지 일회용기를 선호하는 고객들이 많은 상황에서 다회용기까지 쓰려니 부담스럽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문 단가가 높고, 다회용기 주문율이 높은 가게일수록 만족도가 높았다”며 “5월부터 배달앱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땡겨요 등 4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5월 이후로 서울 강남구, 광진구, 관악구의 음식점 500여 곳에서 다회용기 주문을 적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