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연(55·사법연수원 25기) 창원지검장이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노 지검장은 서울서부지검장 시절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명령 조치를 내린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반기를 들고 비판 성명을 낸 검사장 중 한명이다.
노 지검장은 이날 창원지검 4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법안이 시행될 경우 형사사법 체계 혼란과 아울러 국민이 떠안게 될 피해가 명백히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축소되고 경찰에 사건 종결 권한이 부여되는 등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며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문제점도 드러나 사건 수사나 처리가 상당히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창원지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관할 내에서 검찰이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한 사건 1548건 중 3개월 내 이행된 것은 62.72%(901건)였다. 또 작년 상반기 재수사를 요청한 사건 195건 중 3개월 내 이행된 것은 51.79%(101건)에 그쳤다.
노 지검장은 “검수완박으로 검사가 경찰의 수사를 직접 점검할 수 있는 절차가 사라진다면 억울한 사법 피해자가 늘어날 것이다”며 “헌법정신 위반과 인권보호 책무수행 공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 공백 등이 우려되기 때문에 보완책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민주당이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노 지검장은 “글쎄 정권이 바뀌지 않느냐”며 “검사들이 바뀐 정권에 맞춰 수사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검수완박 법안 통과 시 시행까지는 3개월에 불과하다. 통상 법 시행 이전 사항은 현행법을 근거로 유지하는 ‘법률 불소급 원칙’을 지키는 게 일반적인데, 검찰이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을 3개월 만에 경찰에 이관해야 하는 셈이다.
노 지검장은 “대형 사건을 수사하는데 조사할 자료 분량만 해도 많다. 그것을 3개월 유예만 남겨놓고 법을 바꿨다고 다른 기관에 넘긴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위장 탈당 논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취재진 질문엔 “제가 생각하는 것이 여러분(언론)이 생각하는 것, 그리고 국민 생각하는 것과 같지 않겠느냐”며 “(탈당) 형식이라던지를 판단해 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부장검사들이 김오수 총장 등 검찰 고위 간부들을 향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주문한 것과 관련해서는 “사표로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10번이건, 100번이건 내겠다. 그게 안 되니 이런 자리를 마련해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국민에게 어떤 피해가 가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지검장은 “형사소송법은 국민 기본권과 직결되는 법률로 그 중추적 내용을 바꿀 때는 법 개정의 장·단점, 발생 가능한 문제점, 그에 대한 보완책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학계와 변호사협회, 법원, 시민단체 등에서 이번 법 개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 역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이뤄진 입법은 국민적 공감대와 절차적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