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주민들도 이용해야 하니 충전이 끝난 전기차는 이동 주차 부탁드립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주차장 전기차 충전소에서 차량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경기도 김포시의 한 아파트엔 최근 이런 안내 방송이 수시로 나온다. 170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인데 충전소가 6곳밖에 없어, 충전이 끝난 전기차를 빨리 빼 달라는 민원이 관리사무소에 잇따라 들어와서다. 전기차를 보유한 주민 이모(45)씨는 “충전이 끝난 차를 빼라며 차 사진까지 찍어 주민 커뮤니티에 올리는 사람도 있다”면서 “이전엔 귀찮으면 전기 충전을 안 하기도 했는데, 연초부터 기름값이 올라 전기차 충전을 하려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했다.

고유가 속 전기차 충전을 둘러싼 분쟁이 늘고 있다. 기름값이 오르면서 전기차를 사용하는 게 상대적으로 유지비가 저렴해진 데다, 전기차를 구매하는 경우도 늘어나서다. 작년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10만대로 2020년 4만6000대에서 2배 이상이 됐다. 국내 등록된 전기차가 누적 기준 약 23만대로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이에 비해 공공 전기차 충전기 개수가 부족한 탓에 곳곳에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2019년 이후 매년 1000건 이상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일부 아파트에선 ‘전기 도둑’ 잡기까지 벌어진다. 일반 콘센트에 전기차 충전기를 연결할 경우 요금을 책정하는 별도 장치가 부착된 충전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런 장치 없이 아파트 공용시설에서 전기차를 충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는 “일반 충전기로 충전하면 도전(盜電)으로 불법이니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해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주차장 기둥의 콘센트 아래에 붙였다. 이 아파트는 매주 금요일 방송으로도 충전 지침을 안내한다. 아파트 입주자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기 도둑 경찰에 신고하면 되나요?” 같은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또 부산 영도구의 한 아파트 전기차 충전 구역 뒤편엔 요즘 “이곳은 주차 공간이 아니며 전기차 충전 장소입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한 탓에 전기 충전을 하려는 전기차와 일반 차량 간 다툼이 벌어진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