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2시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8평 남짓한 작은 초밥집. 개업한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이 가게 직원은 사장 한 명 뿐이었다. 테이블은 없고 포장 손님을 위한 의자 3개가 전부였다. 사장 노모(68)씨는 원래 다른 지역에서 큰 규모의 초밥집을 30년 간 운영했지만, 최근 배달 전문점으로 업종을 바꿨다고 한다. 노씨는 “코로나 때문에 월세를 감당하기도 어려워지고 홀(매장 내)에서 주류를 시켜먹는 사람도 줄어 홀 자체의 메리트가 떨어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홀 영업’을 포기하는 자영업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생계 등의 이유로 운영하던 매장을 폐업 하지도 못하고, 당장 다른 일을 찾기도 힘든 자영업자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홀 영업을 포기하며 ‘배달 전문점’으로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자영업자들의 변신에는 코로나로 배달 수요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5조6847억원으로 2020년 17조3336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48% 늘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코로나 시대에는 그나마 배달을 하는 것이 살아 남을 수 있는 길”, “배달 전문점은 망하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가 퍼져있다.
자영업자들은 아예 “배달만 하겠다”며 공유 주방으로 몰려들기도 한다. 공유 주방이란 임대업자가 한 점포를 조리 시설을 갖춘 여러 개의 작은 주방으로 쪼갠 뒤 각 주방을 자영업자에게 임대하는 곳이다. 백화점에서 장어덮밥 가게를 운영하던 김창우(37)씨는 2020년 11월 말부터 공유 주방을 이용하며 배달 전문으로 덮밥집을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그나마 빠르게 배달 전문점을 운영하기로 선택해서 코로나를 잘 버틴 케이스라고 생각한다”며 “코로나가 종료되어도 배달 매장을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라고 했다.
매장 영업 자체를 포기하고 있는 건 음식점 뿐만이 아니다. 신도림에서 보드게임 카페를 운영했던 임모(32)씨는 지난해 1월 운영하던 매장을 완전히 닫았다. 이후, 경기도 광명시의 자택에서 ‘보드게임 대여’만 하고 있다고 한다. 퀵이나 택배로 보드게임을 손님에게 보내고, 일정 기간이 끝나면 손님이 다시 반납하는 식이다. 임씨는 “이렇게 보드게임 사업을 운영하면 나가는 비용은 거의 0원이니 부담이 덜하다”며 “당분간 보드게임 대여 위주의 사업만 계속 할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이런 변화를 느낀다고 한다. 배달 전문점으로 매장을 운영하기 위해 소형 평수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확실히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사 한모(35)씨는 “몇층인지, 권리금이 얼만지도 따질 필요가 없고, 비교적 월세 부담이 덜한 입지를 골라 들어갈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