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적으로 문신을 해주는 타투이스트(문신사·文身士) 서이나(29)씨는 최근 한국 전통 장신구인 노리개를 문신으로 새길 수 있게 디자인한 그림을 자기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20대 초반의 한 여성 고객이 “나비 장식이 들어간 노리개 모양의 문신을 할 수 있냐”는 문의가 들어와 디자인을 해봤다고 했다. 서씨는 “SNS에 올린 뒤 ‘예쁘다’며 20대 손님들 문의가 잇따라 깜짝 놀랐다”면서 “전통문화를 반영한 디자인을 더 고민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한옥의 단청이나 한복 등에 새겨진 전통 문양, 자개로 만든 제품 등 우리 전통문화를 즐겨 찾는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가 늘고 있다. 과거 젊은 층은 전통문화를 ‘고리타분한 옛것’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적지 않았지만, 요즘은 멋지다고 느끼는 10~20대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전통문화가 반영된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 예컨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내놓는 각종 기념품이 출시 직후 품절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박물관에서 지난 11월 선보인 자개 소반 모양 무선충전기는 출시 직후 2000개가 넘게 팔리며 품절돼 다음 달에나 다시 살 수 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대학생 김모(25)씨는 “박물관이 새로 어떤 제품을 내놓는지 미리 알기 위해 박물관 SNS를 구독하고 있을 정도”라고 했다.

서울 시내 고궁도 젊은 층이 몰린다. 고궁 야간개장 같은 특별 관람은 이른바 ‘피케팅(피가 튀는 전쟁 같은 티케팅을 가리키는 신조어)’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제약회사를 다니는 김모(48)씨는 “중학생 딸이 친구와 한복 빌려 입고 경복궁⋅창경궁 등을 다니는 게 취미”라며 “소풍 때 억지로 고궁을 가던 나 어릴 때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전통 공예를 배울 수 있는 수업도 인기다. 전북 전주한옥마을에서 14년째 전통 매듭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양인숙(54)씨는 “공예 체험을 하러 오는 참가자 중 70%가 2030″이라며 “전통문화에 대한 젊은 층 관심이 여느 때보다 커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