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늘 하루 500원에 빌릴 수 있을까요? 가능하신 분 댓글 주세요” “넷플릭스 오늘 자정까지 300원에 빌리고 싶어요!”
최근 서울의 어느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이곳엔 ‘넷플릭스 계정을 시간 단위로 산다’는 이런 내용의 글이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약 한 달간 60여 개 올라왔다.
넷플릭스 등 국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상당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유료 계정 하나를 3~4명이 공유할 수 있게 돼 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의 월 1만7000원짜리 서비스에 가입하면 계정 1개로 동시에 4명이 접속해 영상을 볼 수 있어 친구나 지인 4명이 1인당 4250원씩 부담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20대들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하루나 1시간 단위로 계정 이용권을 서로 쪼개 파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OTT 아이디를 구한다는 글에 댓글을 달거나 메시지를 보내면, 연락처를 주고받거나 오픈 채팅방 등을 통해 거래가 이뤄진다. 구매자가 비용을 입금하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약속한 사용 기간이 지나면 원래 계정 주인이 비밀번호를 바꾸는 식이다. 월 몇천원의 서비스 이용료를 아끼려는 사람과 몇백원이라도 벌어보려는 사람들이 만나 일종의 ‘OTT 계정 대여 시장’이 생긴 셈이다. 2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짠테크(짠돌이+재테크)’ 중 하나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에서 계정을 판매하고 있다는 대학생 정모(24)씨는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는 OTT 계정을 지인들에게 몇백원짜리 기프티콘을 받고 빌려주는데, 나도 이득이 되고 지인들도 만족스러워한다”고 했다. 최대 세 종류의 OTT 서비스를 구독했던 대학생 한모(26)씨도 작년 초부터 보고 싶은 드라마가 생길 때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OTT 계정을 하루 단위로 사고 있다. 그는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는 OTT당 3~4개인데, 구독료 전액을 다 내자니 낭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