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사도 같아서 반했어요! 보는 내내 나서서 해결해주시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럽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전직 조폭이 허위 중고차 매물을 판매하는 딜러를 찾아가 혼내준다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 지난 8월 게시돼 70만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

지난 10월 한 중고차 전문 유튜버의 영상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중고차 딜러인 해당 유튜버는 중고차를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산 피해자들의 사연을 접수한 다음, 대신 전화를 걸어 환불을 받아주는 영상을 찍어 올리고 있다. 현재까지 올린 영상만 100여 건이다. 영상 말미에는 “저도 차를 파는 사람”이라며 “당하지 말고 저한테 오시라”고 홍보한다. 시청자들은 “나라에서도 해결하기 힘든 걸 이렇게 도와주니 고맙다” “중고차 살 기회가 있으면 꼭 여기서 사야겠다”며 열광한다.

구독자 수가 25만여 명인 한 유튜버는 ‘해결사’를 자처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70대 할머니를 무릎 꿇린 미용실 사장’ ‘15억 아파트에 산다고 자랑하며 택시기사를 폭행한 20대 남성’ 등을 직접 찾아가 사적 응징을 하는 식이다. 이들의 소셜미디어 등을 공개하고, 집에 직접 찾아가 윽박지르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유튜브에서 자칭 ‘정의 구현’을 내세우는 유튜버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사람들이 겪는 답답한 상황을 해결해주고 수익을 얻는다. 영상 조회 수, 시청 시간이 올라가면서 얻는 광고비는 기본이고 따로 후원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 답답한 속을 뚫어준다는 뜻의 이런 ‘사이다 영상’은 조회 수가 기본 수십 만회에서, 인기 영상은 100만회를 훌쩍 넘긴다. 사적 응징이 돈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현실에서 답답한 상황이 많이 일어나다보니 사람들이 이런 영상을 찾아 나서는 것”이라며 “현실에선 스스로 ‘센캐(센 캐릭터)’가 될 수 없고, 문제 해결도 쉽지 않다 보니 사이다 영상으로나마 대리 만족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가 사법 체계에서 내려야 하는 형벌을 민간이 대신 내리고 있는 모양새”라며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같은 사적 제재가 자칫 ‘마녀 사냥’이나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한 유튜버는 사적 응징을 한다며 누군가의 차를 불태우고, 집에 사람을 가둔 채 아파트 문에 시멘트를 바르는 등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다, 이용자들로부터 “자작극 아니냐”는 의혹을 받자 활동을 중단했다.

구독자 150만여 명의 한 요리 유튜버가 지난달 한 식당을 겨냥해 “남의 가게 메뉴를 표절했다”고 주장하자, 이후 네티즌들이 온라인상에서 ‘별점·후기 테러’를 가하는 일도 벌어졌다. 해당 식당이 “어떤 진위 확인도 없이 일방적으로 올라간 영상”이라는 반박문을 냈지만, 이미 ‘표절 가게’란 낙인이 찍힌 뒤였다. 식당 업주 A씨는 “유튜버로부터 해명 영상 게시와 피해 배상 약속을 받고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지난해엔 당시 구독자 70만명 규모의 맛집 유튜버가 대구의 한 간장게장 식당의 ‘음식 재사용’ 의혹을 제기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식당 업주는 “코로나보다 무서운 유튜버의 갑질과 횡포를 막을 제도를 마련해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까지 올렸지만, 결국 매출이 급감해 폐업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권력 사각지대에서 분노가 쌓인 이들이 직접 정의를 구현하겠다며 나서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자신은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결과가 항상 객관적이고 정의로운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