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가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탈락한 52개 대학 가운데 27개 대학을 구제하기 위해 기존에 선정된 대학 지원금을 줄이고 지원 대상 대학을 늘리기로 했다. 교육계에서는 “대학 입시에 불합격한 학생을 합격시키기 위해 입학 정원을 갑자기 늘린 격”이라며 “당초 교육부가 주먹구구식으로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를 진행했다는 비판이 나온 상황에서 국회가 원칙도 없이 기존 평가 결과마저 흔들어 신뢰에 완전히 금이 갔다”고 지적한다.
교육위 예결소위가 15일 통과시킨 ‘2022년도 교육부 예산안’에 따르면, 대학기본역량진단을 통과한 일반대 147교에 50억원씩 지원하기로 한 기존 안이 160교에 45억9300만원씩 지원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학교당 지원액을 4억700만원 깎는 대신 지원 대상 학교를 13곳 늘리는 것으로 예결소위가 변경한 것이다. 전문대도 97교에 40억원씩 지원하기로 한 예산안을 111교에 34억9500만원씩 지원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교육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를 통과한 대학을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해 3년간 총 150억원 안팎을 지원한다. 지난 9월 확정 발표한 결과에선 전국 일반대 136교와 전문대 97교가 선정됐다. 인하대·성신여대 등 탈락한 일반대 25곳과 전문대 27곳은 “대입 수시 모집 접수를 앞두고 불공정한 평가로 부실 대학 낙인을 찍었다”며 법적 대응 등을 예고하며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평가위원의 주관성이 개입되는 정성(定性) 평가가 당락을 좌우한 부실 평가였다는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교육부는 내년에 재도전 기회를 주고 후년부터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다. 그런데 국회에서 갑자기 지원 대상을 늘리는 식으로 내년 예산안을 변경한 것이다.
이번 교육위 예결소위에서 기존에 선정된 대학 지원액을 줄이고 지원 대상 학교 27교를 늘리기로 한 변경안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요구한 것이다. 지역구가 인천인 박 의원은 올해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를 문제삼고 있다.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지원 대상 학교를 늘리는 식으로 예산안이 변경되자 기존 선정 대학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탈락한 대학을 지원하기 위해 이미 통과한 대학들 예산을 깎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며 “이렇게 정부 평가 결과가 기준 없이 바뀐다면 평가를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교육위 예결소위에서 수정한 안은 16일 교육위 전체회의를 거치면 예결특위로 넘어간다. 이 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기본역량진단에서 탈락한 대학 중 52%(27곳)가 이미 선정된 대학과 같은 액수를 추가로 지원받게 될 전망이다.
이번 논란으로 정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 무용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학생 충원율, 졸업생 취업률, 전임 교원 확보율 등 객관적 지표에 의한 정량(定量) 평가보다는 중·장기 발전 계획이나 교육과정 운영 등 정성(定性) 평가가 당락을 좌우해 공정성 논란이 일었는데, 갑자기 지원 대상 학교까지 늘어나 평가의 정당성마저 흔들린다는 지적이다. 이성호 중앙대 교수는 “국가의 행정을 국회와 정부가 희화화한 것이고, 국민 세금을 나눠 먹기 식으로 즉흥적으로 바꿔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 결과를 왜곡시킨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