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명지대(자연캠퍼스)와 용인대 인근에는 ‘역북지구’라는 번화가가 있다. 두 대학을 끼고 있는 특수 상권인데, 최근 이곳의 코인노래방·PC방들이 일제히 가격을 50~100%가량 크게 올리면서 대학생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물가 인상 속 생존을 위한 것”이란 입장이고, 대학생들은 “폐쇄 상권의 특수성을 이용한 사실상 담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년 가까이 코로나를 겪으며 폐업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들과, 얇아진 주머니 사정으로 위드 코로나를 맞은 대학생들 간 충돌이다.

“11월부터 처인구에 있는 모든 코인노래연습장이 가격을 인상합니다. 기존 1000원에 3곡→2곡.” 4일 오후 1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한 코인노래연습장에 이 같은 ‘가격 인상’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위드 코로나가 시행된 1일부터 구(區)내 코인노래연습장들이 노래 곡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가격을 50%가량 기습 인상한 것이다. 처인구의 코인노래방 10여 곳이 뜻을 모아 동시에 가격을 올렸다고 한다. 이에 동참한 노래방 대표 이모(33)씨는 “물가, 인건비, 전기료, 월세 등 안 오른 것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다른 노래방 송모(50) 대표는 “50박스에 7만원 하던 마이크 커버도 12만원으로 올랐다”며 “사실 10여 년 전에도 2곡당 1000원이었는데 가격 경쟁이 붙어 지나치게 내려갔던 요금을 이제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역북지구의 PC방 5곳도 작년 5~8월 사이 순차적으로 가격을 2배가량 인상했다. 기존엔 ‘40분에 1000원’ 정도였는데, 이를 ‘50~60분에 2000원’ 받는 식으로 올린 것이다. 일부 가게는 가격을 올리면서, 다른 가게 진입을 막기 위해 ‘같이 죽고 싶으면 들어와라. 들어오면 죽을 때까지 100원 간다!’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가격을 올린 PC방 남모(32) 대표는 “올해 매출이 2019년 대비 70% 이상 폭락해, 생계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대학생, 인근 주민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역북지구 이외의 상권을 이용하려면 2㎞가량을 이동해야 한다. 처인구에서 초·중·고를 모두 나왔다는 주민 김응기(23)씨는 “근처에 상권이 없는 걸 이용해 ‘어차피 오겠지’란 생각으로 가격을 너무 올린 것 같아 화가 난다”고 했다. 명지대 4학년인 이우석(25)씨는 “코로나를 핑계로 작년에 PC방이, 이달엔 코인노래방까지 담합을 한 것”이라며 “학교 근처에 자취하는 학생들이 많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명지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보이콧을 해야 한다” “군대 위수 지역보다 심하다” 등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김기현 명지대 자연캠퍼스 총학생회장은 “학생 대상 가격 할인을 해달라고 상인회에 요청했는데 ‘법적 문제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며 “평소 학생회와 친분이 있던 가게들도 ‘다른 가게가 알면 큰일난다’며 거절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최근 진행된 총학생회 선거에선 급기야 ‘PC방 가격 정상화’가 공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명지대 관계자도 “상황을 인지하고 있고, 일단 학생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대응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런 갈등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 인상은 개별적이고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만약 가게들이 가격 인상 의견을 교환했거나 이를 결의한 문서 등이 발견된다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르지 않은 물가가 없는 상황이라 단순히 가격 올렸다고 비판하긴 어렵다”며 “폐쇄 상권은 판매자와 소비자가 서로에게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쌍방 독점 시장’인 만큼 자율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