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낮 12시 30분,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A초등학교 앞. 어린이들이 몰리는 3m 폭의 인도에 승합차 2대가 올라와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핼러윈용으로 만든 가면을 손에 든 채 교문 밖으로 달려 나온 아이들은 인도 위 차들을 요리조리 피해 집으로 향했다. 이 학교 3학년생 학부모인 장은희(39)씨는 “이젠 차도뿐 아니라 인도까지 위험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승합차에 다가서 이동을 요청한 이모(64) 학교보안관은 “불법 주정차 차량이 인도를 차지할뿐 아니라 아이들의 시야도 가린다”면서 “학교 후문이 내리막길이라 아이들은 횡단보도의 파란불만 보고 뛰어나가는데 크게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강동구 한 초등학교 주변에서 횡단보도를 지키는 학부모 뒤로 차량들이 인도에 주차해 있다. /박상훈 기자

지난달 21일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으로 전국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모든 도로에서 차량 주정차가 전면 금지됐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위반 차량엔 일반 도로 과태료의 3배인 12만(승용차)~13만원(승합차)을 물린다. 어린이들의 안전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스쿨존은 통상 전국 유치원·초등학교 정문의 반경 300m 이내 도로에 적용되는데 여기엔 각종 학원, 음식점들이 모여있어 방문객, 배달기사 등의 차량·오토바이가 수시로 오가기 때문이다. 경찰이 별도로 지정한 ‘안심 승하차존’에선 5분간 주정차가 가능하지만 아직 설정된 곳이 많지 않다. 뚜렷한 대안 없이 갑자기 주정차가 금지되자 차·오토바이들이 인도로 올라서고, 대로(大路) 대신 뒷골목에 불법 주정차를 하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A초등학교 후문 건너편 인도 150m 구간에는 자동차 3대, 오토바이 8대 등이 주차돼 있었다. 자전거, 킥보드도 모두 인도로 올라와 있어 차도보다 더 혼잡했다. 이곳에서 차로 5분가량 떨어진 B초등학교 주변도 사정은 비슷했다. 도로 바닥·표지판에 ‘어린이 보호구역’ 표시가 돼 있었지만, 어린이 보행로에는 차량 12대가 불법 주차돼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손자를 배웅하던 최상원(68)씨는 “주정차 금지 이후 불법 차량이 절반 정도로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아침 등굣길은 위험하다”고 했다.

스쿨존 내에 위치한 주민·상인들은 어려움을 토로한다. 초등학교 근처에서 합기도장을 운영하는 윤대혁(32)씨는 “아이들을 태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불법 주정차할 때도 있다”며 “스쿨존 내에 주차 구역도 따로 없고 그렇다고 차를 멀리다 대놓고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것도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패스트푸드점을 운영하는 나모(51)씨는 “근처에 이용 가능한 주차장은 500m가량 떨어져 있다”며 “아이들 안전을 지키자는 건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식재료를 500m씩이나 카트(손수레)로 실어나를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스쿨존 주정차에 ‘3배 과태료’를 물리는 시간대인 평일 오전 8시~오후 8시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통학 시간이 훨씬 지난 저녁 8시까지 과태료 12만원을 물리는 건 너무 과하다”고 했다. 어린이들이 하교를 마친 오후 4시 30분쯤 한 초등학교 앞에 기름배달 차량을 정차해놓은 소모(43)씨는 “기름 배달하려면 10~15분 정도 정차가 필요한데, 번번이 스쿨존을 피해서 차를 대놓고 기름을 옮기는 건 불가능하다”며 “요즘은 하루 일해봐야 스쿨존 과태료도 못 버는 상황”이라고 했다.

특별 단속에 나선 지자체들도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강동구청 관계자는 “일반 주정차 과태료는 4만원에 자진납부 20% 감면을 받으면 3만2000원인데, 스쿨존 주정차 과태료는 10만원을 훌쩍 넘어가니 운전자들이 ‘코로나로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억울하다’고 강하게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