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도 봐주지 않으니까요.”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안전한가족돌잔치전국연합회’의 강소희(43)씨는 상복(喪服)을 입고, 양 손에 ‘돌잔치 자영업자’라 적힌 근조 액자를 든 채 이렇게 말했다. 제주도에 사는 강씨는 돌잔치 인원제한 완화를 요구하기 위해 이날 새벽 4시30분에 집에서 나왔다고 했다. 기자회견 예정 시간은 오전 11시. 2시간 일찍 정부서울청사에 도착해 미리 예약한 전광판 트럭, 운구(運柩) 차량을 챙겼다.
돌잔치연합회는 이날 2시간 30분 남짓 진행한 시위를 위해 총 200여만원을 썼다. ‘우리는 이 나라 국민이 아닌건가?’ 등의 문구가 나오는 전광판 트럭을 8시간 빌리는데 100만원이 들었고, 근조화환으로 장식한 운구차량을 대여하는데도 30만원을 썼다. 비용은 회원들이 1만원씩 십시일반 기부한 돈으로 마련했다.
강씨는 “돌잔치업은 작년 12월부터 사적 모임 인원제한이 적용돼 몇개월째 수입이 없는 상태”라며 “벼랑 끝에 선 기분으로 거리에 나섰는데 시위도 1인밖에 못하더라”고 했다. 그는 “수도권에서만 30여명의 회원들이 동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방역수칙 준수를 위해 내가 대표로 나섰다”고 했다.
동행한 돌잔치 전문 사진작가 김제은(40)씨는 “달랑 플래카드 하나 들고 혼자 서 있으면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거 같아, 울며 겨자먹기로 큰 돈 들여 전광판 트럭에 운구차까지 동원한 것”이라고 했다.
현재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적용으로 1인 시위만 허용된다. 시위의 목적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주장하는 바를 알리는 것. 하지만 인원 수로 이목을 끌기 어렵게 되다보니 각종 퍼포먼스를 벌이게 된 것이다. 공연장에서나 쓰이던 전광판 트럭, 장례식장 가야 볼 수 있는 근조화환·운구 차량이 시위 현장에 등장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결혼식장 입장 인원 제한 완화 등을 요구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 앞에 나선 신혼부부연합회도 하루 시위를 위해 500만원가량을 썼다. 전광판 트럭, 화환 등을 동원한 데 따른 것이다. ‘빛나지 못한 결혼식, 빚만 가득할 결혼식’ 등의 문구를 적은 화환 20개를 마련하는데만 200만원이 들었다. 수백만원을 들인 시위지만 진행은 순탄치 않았다. 경찰이 정부청사 앞 화환 설치를 막아 인근 세종로공원에 대신 놓았는데, 이마저도 경찰이 계속 ‘철거하라’고 요구해 결국 4시간만에 화환을 치워야 했다. 신혼부부연합회 관계자는 “신혼부부들은 예식장, 메이크업, 드레스 대여 등 수백~수천만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고 답답한 심정으로 회사 휴가까지 내고 시위에 나섰는데, 몇시간만에 돈 500(만원)이 깨져 버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