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아기가 7일을 혼자 버텼어요. 버림받은 상처에 아파하는 ‘우주’의 손을 잡아주세요.”

한 구호단체의 온라인 광고를 클릭하자, 눈 밑이 검은 한 남자아이가 우울한 표정으로 할머니에게 기대어 선 사진이 나타났다. 이어 ‘한 살 때 엄마에게 버려져 일주일간 집에 방치돼 있던 아이가 자라 결국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고, 그를 돌보는 할머니조차 치매 증세가 시작됐다’는 사연이 이어졌다. 중간에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했고, 대역 아동을 통해 촬영했다’는 문구가 작은 글씨로 적혀있었다. 이 대역 아동이 우주의 모습을 대신 연기한 유튜브 영상도 올라와 있다.

13일 한 구호단체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후원 요청 광고. 광고 속 아이는 실제 후원 대상이 아닌 대역 아동이다. /기아대책 홈페이지

다른 구호단체의 캠페인은, 혈색이 거의 없이 창백한 얼굴에 무표정하게 화면을 바라보는 여자아이 ‘소윤이’가 주인공이다. ‘암 투병 중인 할머니와 사는 10살 소윤이에게 생리가 불쑥 다가왔다. 무엇을 해야 할지 당황스럽고 무섭다’는 사연과 생리대 후원 버튼이 나란히 있다. 여기에도 ‘대역 아동’이란 안내가 적혀있었다.

아동의 열악한 현실을 소재로 사연 재구성, 대역까지 동원해 ‘○○를 도와주세요’라는 식의 드라마를 만드는 자선단체 광고가 점차 늘고 있다. 아동이 처한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한 장치란 의견과, 모금을 위해 대역까지 동원한 한 편의 드라마를 찍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맞선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29)씨는 “정인이 사건처럼 최근 부모들의 아동 학대 사건이 많아 마음이 좋지 않은데, 자선단체들도 슬픔을 짜내 기부를 유도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국제 구호개발, 인도 지원 활동을 하는 140여 비정부기구(NGO)의 연합체인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NGO 직원을 포함한 미디어 관계자는 ‘아동과 보호자를 무기력한 수혜자가 아니라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능동적 주체’로 묘사해야 한다.

이런 지적에 대해 구호단체들은 “사례로 담기 힘들 정도로 비참한 환경에 지내는 아동이 많다”며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해 그 사정을 순화해서 알릴 수는 없다”고 말한다. 증조할머니와 사는 동욱이(가명)의 후원 캠페인을 진행하는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저소득 조부모 가정이 갖고 있는 특수한 어려움을 알리고, 실제 아동이 겪고 있는 긴급한 상황을 후원자에게 더 진실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다소 모금이 덜 될지라도, 열악함·어려움·힘듦 같은 부정적 측면보다는 희망과 성장 같은 밝은 미래를 보여주며 긍정성에 초점을 맞추는 기부 문화로 바꿔나가야 한다”며 “과거 우리처럼 부정성에 초점을 맞춰 모금했던 미국·유럽의 자선단체들도 사회·복지제도가 안정되면서 최근엔 긍정적 변화를 홍보해 모금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