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서 소규모 콘텐츠 기업을 운영하는 김모(45) 대표는 최근 신입사원을 뽑으려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면접 시간에 30분이나 늦게 도착한 여성 지원자는 ‘죄송하다’는 말도 없이 자리에 앉았다고 한다. 그러곤 면접 질문에 성의 없이 답하다 면접장을 나갔다. 그런데 몇 시간 뒤, 김 대표에게 이메일 한 통이 날아왔다. 본문도 없이 파일 하나만 달랑 첨부된 메일의 제목은 ‘면접확인서 요청’이었다. 첨부된 확인서에는 ‘경기도일자리재단 제출용’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걸 내면 경기도로부터 회당 5만원의 청년면접수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우리는 사람 뽑기가 너무 어려운데 이렇게 성의 없게 지원금만 받겠다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난다”며 “요즘 주소지가 경기도인 지원자들 중에 면접에 대충 임하고 수당만 받으려는 이들이 종종 있다”고 했다.
경기도가 청년들의 구직활동을 돕겠다며 세금으로 최대 30만원(회당 5만원씩, 최대 6회)씩 면접비를 지급하기로 하면서 일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청년면접수당’이란 이 제도는 경기도에 사는 만 18~39세 청년이 채용 공고문, 면접 확인서만 내면 면접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심지어 취업 중인 사람도 ‘이직(移職) 용도’라고 하면 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공짜 돈을 노리고 형식적으로 면접에 참여하는 ‘허위 구직자’들이 덩달아 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는 작년 이 사업을 시작했다. 작년 1차 모집 때는 2만4059명이 참여했는데, 올해 1차 모집 때는 5만4120명이 몰렸다. 경기도는 작년에 회당 3만5000원씩, 최대 21만원이었던 수당을 올해 최대 30만원으로 40% 이상 크게 올렸다. 또 배우 진기주씨를 모델로 한 광고를 제작했고, 구독자 170만명의 유명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 등에 유료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온라인 취업준비 커뮤니티 등에선 이미 ‘꿀 혜택’ ‘놓치면 바보’ 같은 반응들이 주를 이룬다. 지방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정말 부럽다’ ‘지방은 서럽다. 수도권에 살고 싶다’며 박탈감을 느낀다는 반응도 나온다.
경기도 하남시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최모(27)씨는 올해 5곳의 면접을 봐 총 25만원어치의 면접수당 서류를 확보해놨다. 그는 “대기업은 서류, 인적성시험 등 몇 차례 전형을 거쳐야 면접을 보지만 중소기업들은 기본 서류만 확인하고 면접까지 쉽게 갈 수 있다”며 “올해 면접을 본 5곳 중 3곳은 사실 취직할 생각은 없었는데 면접 예행 연습도 하고, 수당도 받을 겸 간 것”이라고 했다.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허위 구직자’들로 인한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 소재의 한 중소 제조업체는 상시 채용을 하고 있어 매월 10명 안팎의 지원자들이 면접을 본다. 이 회사 인사담당자 김모(27)씨는 “요즘 10명 중 3명은 면접 참석 의사를 물어보면 ‘면접확인서 발급되냐’부터 물어본다”며 “주변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들 사이에서도 ‘면접 확인서 안 주면 안 간다’고 하는 지원자가 많아졌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모(62)씨는 “전혀 들어올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면접을 보고 나서, 나중에 확인서만 달라고 하면 당연히 불쾌하지 않겠느냐”며 “확인서도 안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회사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현실적으로 그러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일자리재단 관계자는 “수당을 받을 목적만으로 면접에 응하는 일부 허위 지원자를 구분하기 위해 기업들에 확인을 하는 등 모니터링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