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서 부고(訃告) 작성하러 ‘아드님’이 오라고 했다. 우린 딸만 넷이라 내가 가겠다고 하니 ‘사위님’을 보내라고 했다. 우리 자매는 모두 결혼을 하지 않아 사위가 없다고 하자 ‘요즘 그런 집들이 생겨 우리도 곤란하다’고 했다. 상조회사 직원도 상주(喪主)를 찾았다. 큰언니가 상주할 거라고 하자 ‘조카라도 계시면 그분이 서는 게 모양이 좋다’고 했다.”

일러스트=김도원 화백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모(40)씨가 서울시의 ‘이제는 바꿔야 할 의례 문화’ 시민 에세이 공모전에 보낸 사연이다. 서울시는 지난 5~6월 진행한 공모전에서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결혼식과 장례식 문화와 관련해 시민들의 경험담을 접수했다고 6일 밝혔다.

최근 딸이 결혼한 김모(72)씨는 “결혼식에서 친정아버지가 사위에게 딸의 손을 건네주는 게 남성 중심 가족 문화에 기반을 둔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썼다. 그는 “아버지로서 딸아이 손잡고 입장하는 순간 벅찼는데, 딸아이는 ‘내가 신랑 쪽에 물건처럼 넘겨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며 “돌이켜 생각하니 딸은 자신의 의지로 결혼을 하는 것이지 시집보내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남동생 결혼식에서 이혼 후 왕래가 없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숨기려 한 가족의 일화도 있었다. 박모(40)씨는 “남동생 결혼식에서 엄마의 옆자리에 큰 외삼촌이 앉았다”며 “어머니와 이혼 후 왕래가 없었던 아버지는 오지 않았고, 엄마는 ‘아버지 자리가 비어 있으면 사람들이 수군댈까 봐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고 했다”고 썼다. 할머니와 누구보다 가까웠던 맏손녀였지만 영정 사진 한번 제대로 들지 못하고 장례식 내내 뒷자리에 있어야 했던 30대 여성의 사연도 있었다.

서울시는 이들 에세이 중 결혼⋅장례 분야에 대한 21편의 수상작을 선정했다. 이달 말 우수 사례집으로 묶어 발간하고, 카드 뉴스로 만들어 결혼·장례 문화 개선을 위한 온라인 캠페인에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결혼과 장례 관련 업체나 협회에도 사례를 전달해 현장에서도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