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사립 초·중·고교의 신규 교사 채용을 전담하겠다고 나서자 사립학교들이 “교사 채용 권한도 가져가려면 아예 공립학교로 전환해달라”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진보·좌파 성향 교육감들의 사학(私學) 옥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교육청의 사립학교 교원 위탁채용안

◇“채용 위탁 안 하면 인건비 지원 없다”

8일 경기도교육청과 사립초중고교법인협의회 등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도내 사립 초·중·고교에 신규 교사 위탁 채용 범위를 최종 면접까지 모든 과정으로 확대하고 교육청에 채용을 위탁하지 않은 학교법인엔 인건비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1차 필기시험뿐 아니라 2차 수업 실연(實演), 집단 토의와 면접까지 채용 모든 과정을 교육청이 맡아 최종 합격자까지 선정하고 결과를 사립학교에 통보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법령은 사립학교의 경우 학교법인 등 임용권자가 필기·실기·면접시험 등을 통해 교사를 신규 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채용 시험을 교육청에 위탁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 사항이다. 이번 경기도교육청 방침에 따르면, 사립학교가 자체적으로 교사를 채용할 경우에는 교육청이 지원해온 인건비를 학교법인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반면 교육청에 채용을 위탁하는 사립학교에는 5000만원, 해당 학교법인에는 5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제시한 셈이다.

사립학교들은 “경기도교육청은 국민 세금이 재원인 교육 재정으로 자신들의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위탁 채용 인센티브를 내걸고 있다”며 “사학 자율성 포기를 강요하면서 ‘돈이나 더 받아가라’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경기사립초중고교법인협의회는 “교원 인건비 지원의 본질은 중학교 의무교육과 고교 평준화 정책에 강제 편입돼 수업료 징수를 통제당한 사립학교에 대해 재원을 보전해주는 것인데, 교육청이 신규 교원의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사학을 짓밟는 막가파식 행태”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청 위탁 채용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의 한 사립고 관계자는 “교육청은 집단 토의, 면접 평가 등을 통해 자기 입맛에 맞는 교사들을 뽑을 것”이라며 “건학 이념과는 동떨어진 좌편향 교사들을 보내 사학을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사립학교 채용 비리가 있어 공공성 강화 측면에서 추진하는 것”이라며 “교육청의 자의적인 선발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사학 자율성 옥죄는 정책 잇따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사립학교 교사 채용을 모두 교육청에 위탁하도록 의무화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서 심사 중이다. 정부는 교사뿐 아니라 사립학교 직원 채용도 교육청에 위탁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교육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정책이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폐지다. 이 학교들을 2025년부터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기 위해 시행령을 개정한 상태다.

조영달 서울대 교수는 “재정으로 사립학교를 지원하는 것은 교육 당국의 의무인데, 교육청이 재정 지원을 조건으로 위탁 채용을 요구하는 것은 자기 돈인 것처럼 여기기 때문”이라며 “교육청이 선호하는 유형의 지원자가 선발될 가능성이 크고, 위탁 채용을 의무화한 법안까지 통과되면 사립학교의 존립 의미가 거의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