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학원가. 20분 동안 지나간 어린이 통학 버스 16대 모두 검은색으로 짙게 ‘선팅’이 돼 있었다. 차량 5m 앞까지 와야 앞 유리를 통해 운전자의 흰색 마스크가 가까스로 보일 정도였다. 일부 차량은 바짝 차창(車窓)에 붙어 안을 들여다봐도 사람이 있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려웠다.
2018년 7월,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서 미처 내리지 못한 4세 어린이가 폭염 속에서 7시간 넘게 방치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진한 선팅을 제한하라’ ‘어린이차 내부 식별이 가능하도록 근본 대책을 세워 달라’는 청원이 잇따랐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올 4월에야 정부는 검사 규정(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만들어 어린이 운송용 승합 차량의 경우 창유리 가시광선 투과율이 70% 미만이면 자동차 검사 시 단속하기로 했다. 승합 차량은 차령(車齡)에 따라 6개월~1년 주기로 검사를 받는다.
하지만 현장은 요지부동이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영어학원에서 통학 버스를 7년간 운행하고 있다는 김모(67)씨는 “단속을 앞두고 사비 15만원을 들여 선팅을 제거했더니 ‘우리 애는 피부가 약해서 가려워한다’ ‘애가 더워하니 햇빛 안 드는 쪽으로 앉혀 달라’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쏟아졌다”며 “이런 민원 때문에 선팅을 없애고 커튼을 다시 다는 기사들도 많다”고 했다. 다른 통학 차량 기사 채모(54)씨도 “검사를 앞두고 선팅을 없앴는데 속이 너무 훤히 보이니까 나만 바보 된 것 같아 나중에 다시 붙였다”고 했다. 안전을 위해 만든 규정인데,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운전기사 손모(55)씨는 “운전자가 시동을 끄면 차량 맨 뒷부분에 있는 안전벨을 누를 때까지 경고음이 울리는 ‘하차 확인장치’가 의무화됐는데, 굳이 선팅까지 제거해서 불편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경찰이 지자체, 정부 등과 함께 합동 단속에 나설 수 있지만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기약 없이 연기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운전자 안전 차원에서 선팅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미국·영국 등과 달리 한국은 ‘짙은 선팅’에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규제에 따른 불편함이 있더라도 아이들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자발적으로 법을 준수하고 정부도 확실하게 단속·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