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도심 불법 집회를 연 민주노총 조합원 8000여명(주최측 추산)에 대해 여전히 통신 정보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오전 9시 기준 집회에 참가한 조합원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집회가 열린지 3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집회 전체 참가자 동선(動線)을 파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방역 당국이 지난해 보수 성향 단체들이 주최한 8·15 광화문 도심 집회(주최 측 추산 1만명) 당시 통신사 휴대전화 위치 정보 조회를 통해 참석자들을 파악해 코로나 검사를 받게 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작년 8월 광복절 집회 당시엔 참석자를 찾느라 사흘 만에 통신 기지국 접속 정보를 이동통신 3사에 요구하고, 엿새 뒤 사랑제일교회 압수 수색까지 했는데, 이번엔 대응 수위가 너무 차이 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중앙방역대책본부는 “7월3일 민노총 집회의 경우 아직 감염 위험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고, 주최 측에 명단 제출을 요청한 상황이므로 현재 통신 정보 조회는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6조의 2’에 근거해 코로나 감염 전파 차단을 위해 감염 의심자의 휴대전화 위치 정보 등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민노총에는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통신 정보를 요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통신 정보 조회는 특정 행사를 통한 전파 위험이 확인되고, 행사 참가자를 특정할 수 없으며, 자료 제출의 협조가 안될 경우 불가피하게 시행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이 같은 해명은 민노총이 자료 제출에서 비협조적이었다는 정부 설명과는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21일 “민노총은 방역당국의 지난 7월 3일 집회 참석자 명단제출 요청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민노총이 참석자 명단 제출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총리가 지적했음에도, 방역 당국은 여전히 민노총의 명단 제출 협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민노총은 김 총리 발언 직후 “7.3 대회 참가자 4172명의 검사 결과를 통보했다. 결과는 음성 3781명, 결과 대기 391명이며 확진자는 앞서 언급한 3명뿐이며 추가 확진자는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집회 당시 주최 측 민노총 추산으로 8000명이 참석했다고 밝혔지만, 방역 당국에 신고한 참석자 수는 4172명인 것이다. 약 52% 수준이다. 민노총은 그러면서 “김부겸 총리가 왜 민주노총이 명단제출에 소극적이라 발언했는지 그 의도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이 소극적인 태도로 역학 조사를 벌이면서, 민노총이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에 아랑곳하지않고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고 있다. 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23일 오후 2시부터 강원도 원주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직원들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경찰을 피하기 위해 떼지어 수풀이 우거진 약 10m 언덕을 올라 담을 넘어 집회 장소로 가기도 했다. 당초 민노총은 공단 본사 등 원주 시내 8곳에서 99명씩 ‘쪼개기 집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원주시는 집회에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를 적용하며 이를 금지시켰다. 민노총 노조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국 곳곳에서 버스와 자가용을 이용해 원주를 찾았다.
백종헌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보수단체 집회에는 ‘쇠방망이’를 들고, 민노총 집회에는 ‘솜방망이’를 들고 있다”라면서 “정치 방역으로 국민을 위기로 몰아넣고, 그동안 이어진 국민의 희생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