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 한 빌라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만 2세 보람이 사건과 관련, DNA 검사 결과 보람이의 친모로 나타난 석모(48)씨에게 검찰이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석씨는 자신의 딸 김모(22)씨가 낳은 딸과 보람이를 바꿔치기하고 이후 보람이의 시신을 은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석씨는 최후 변론에서 “진실은 송곳과 같다고 한다. 재판장님께서 꼭 진실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13일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2단독(판사 서청운)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석씨에게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석씨를 지난 2018년 3~4월쯤 구미의 한 산부인과에서 자신의 딸인 김씨가 낳은 딸과 보람이를 바꿔치기하고, 지난 2월 보람이의 시신을 유기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했다.
석씨는 수사 초기부터 사체은닉 미수 혐의는 인정했지만 아기를 바꿔치기 했다는 미성년자 약취 혐의는 부정해왔다. 출산한 적도 없고 바꿔치기한 적도 없다는 취지였다.
검찰은 이날 최후 변론에서 석씨가 아기를 출산하고 바꿔치기한 다수 정황 증거를 제시했다. 석씨가 지난 2017년 7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약 1년간 생리대 구입을 중단한 점, 해당 기간 중 직장을 조퇴하거나 결근한 기록, 비슷한 기간 체중이 4kg 증가했고 보정 속옷을 구매한 점, 임신·출산 관련 어플을 설치했다가 삭제한 점 등이었다. 검찰은 이를 석씨가 보람이를 임신한 기간으로 추정했다.
이 과정에서 재판을 참관하던 석씨의 남편 김모씨가 검찰을 향해 고성을 퍼붓기도 했다. 김씨는 “생리대 내가 사줬다. 내가 사다준 건 왜 증거 채택 안 하나”라면서 “국민의 녹을 먹는 사람(검찰)이 왜 자꾸 거짓말을 하나”라고 항의하다 퇴정 조치됐다.
검찰은 석씨가 출산 관련 영상을 시청한 기록도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석씨가)낙태 경험이 두 번 있어 출산에 트라우마가 있었다고 진술한만큼 호기심에 영상을 시청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출산 영상은 알고리즘에 의해 현출되기도 어려운만큼 석씨가 출산을 위해 시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아기를 바꿔치기한 혐의에 대한 증거로 인식표(식별띠)가 훼손된 점을 들었다. 2018년 3월 30일 석씨 딸 김씨가 출산한 아기를 촬영한 사진에서 오른쪽 발목에 부착돼있던 인식표는 이틀 뒤 분리된 채 발견됐다. 인식표가 분리된 직후 아기의 체중은 225g 가량 줄어들었다.
인식표 훼손 이후인 2018년 4월 2일 석씨 가족이 “아기 외모가 조금 바뀐 것 같다”는 취지로 나눈 대화 내역, 파손된 배꼽폐색기 등도 아기 바꿔치기의 정황 증거로 제시됐다.
검찰은 “자신이 출산한 여아가 사망한 것을 알게 되자 범행을 숨기기 위해 (사체를)은닉하려고 했으며, 약취한 아동의 행방에 대해 진술하지 않는 점을 볼 때 엄벌이 필요하다”면서 “범행으로 사회를 경악에 빠뜨렸음에도 지속적으로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했다.
반면 석씨 측 변호인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석씨의 범죄를 입증하지 못한다”며 미성년자 약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석씨 측 변호인은 “친자 관계가 일치하므로 석씨가 (아기를 바꿔치기)했을 것이라는 추측 이외엔 다른 증거가 없다”면서 “아기를 바꿔치기 했다면 그럴만한 이유나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합리적인 의심을 넘어서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석씨는 최후 변론에서 “첫째와 둘째 외엔 결코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면서 “아이를 낳았다고 해도 자식이 낳은 딸과 제 딸을 바꿔치기하는 건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장님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실을 밝혀주시길 바란다” “진실은 송곳과도 같다고 하니 어디선가 튀어나올 진실을 꼭 밝혀달라”고 말했다.
석씨 측 변호인은 이후 취재진에게 “공소사실이 엄격히 증명된다면 훨씬 높은 형량이 구형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공소사실 입증이 매우 부족하다”고 말했다. 사체 은닉 혐의에 대해 석씨 측 변호인은 “공소 사실을 인정하는 선에서 재판부의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고 했다.
석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8월 17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다.
앞서 지난 2월 10일 구미 한 빌라에서 만 2세 여아 보람이가 경찰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지난해 8월 석씨의 딸 김씨가 현 남편과의 사이에서 새 아이를 얻은 뒤 보람이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었다. 석씨는 김씨의 방에서 보람이 시신을 발견한 직후 이를 은닉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하루가 지나서야 석씨는 이를 남편 김씨에게 알렸고, 이들 부부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드러났다.
이후 DNA 검사 결과 엄마로 알려졌던 김씨가 언니로, 외할머니로 알려진 석씨가 친모로 나오면서 사건은 반전을 맞았다. 김씨는 보람양을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만든 혐의 등으로 지난 달 4일 징역 20년형을 선고 받았고 나흘만에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