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지역 소상공인이나 학내 구성원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사업으로 발전시켜 공동 수익을 내는 ‘아이디어 사업화’에 적극 나서 위기를 돌파해야 합니다.”

심종혁(66) 서강대학교 신임 총장이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밝힌 각오다. 학령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고 등록금 인상 규제가 여전한 상황에선 대학이 소규모 회사나 개인의 아이디어, 초기 기술을 발굴하고 사업화하도록 지원해 이익을 공유하는 모델이 대학 재정난을 줄이는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종혁 서강대 총장은 “대학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대학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고운호 기자

실제로 서강대는 교내 연구진이나 산학 협력 기업의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인력과 기술을 지원하고 투자해 성과를 내고 있다. 사고나 질병으로 걷지 못하는 장애인과 노약자의 보행을 돕는 착용형 로봇 회사 엔젤로보틱스가 대표적 사례다. 2017년 당시 서강대 기계공학과 연구진과 기업 등이 합작법인으로 설립한 이 회사는 2017~2019년 서강대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센터에 입주해 사업화 지원을 받았고, 내년 주식시장 상장을 앞둘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세계 재활로봇 올림픽(사이배슬론·Cybathlon)에서는 이 회사 로봇을 입고 출전한 장애인 선수들이 금메달과 동메달을 따 화제가 됐다. 이 회사를 포함해 블록체인·기업용 소셜네트워크 등 11개 분야 11개 회사가 서강대의 ‘아이디어 사업화’를 통해 법인으로 설립됐다. 이를 통해 서강대가 보유한 지분 가치는 내년에는 200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심 총장은 “미국 스탠퍼드대는 기술 사업화를 통한 주식 지분 등으로 해마다 4000억원 이상 수익을 내고 있다”며 “우리나라 대학들도 이런 방식으로 수익을 확보하면 등록금 의존율을 낮추고 교육·연구 투자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강대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는 ‘사’업 아이디어를 ‘다’듬고 ‘리’폼(reform)해 꿈과 연결시킨다는 의미의 ‘사다리 랩(lab)’, 야구에서 투수가 출전에 앞서 몸을 푸는 것처럼 회사가 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사업화 타당성 등을 점검하는 ‘불펜(bullpen)’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으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설립됐다. 심 총장은 “대학의 역할이 연구 개발(R&D)에서 기술 이전, 아이디어 사업화로 확대되고 있다”며 “대학과 기업의 동반 성장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서강대는 AI 기술을 활용해 캠퍼스 소재지인 서울 마포구 소상공인들을 지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심 총장은 “AI와 각 전공을 융합한 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고, AI 교육·연구 성과는 주민과 공유해 지역경제와 상생하는 따뜻한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서강대는 최근 ‘가치 창조를 통해 인류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대학’을 새로운 비전으로 발표하고, 산학연 사업화를 통한 신산업 선도 대학 등 7대 목표를 내세웠다. 심 총장은 “2030년까지 국내 대학 연구 부문에서 융·복합 분야 1위·인문사회 2위·자연공학 3위에 올라 ‘연구 중심 톱3 대학’이 되고 산학·창업·연구를 앞서 이끌겠다”고 했다.

작년 말 공개된 한국교육개발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사립대 가운데 연간 수입보다 지출이 커 적자를 보는 대학이 네 곳 가운데 세 곳(74.5%)으로 집계됐다. 대학가에서는 13년째 등록금이 동결된 올해는 지방 사립대에서 신입생 대규모 미달 사태가 빚어진 데다 코로나 여파도 이어져 적자 대학이 더 늘 것으로 전망한다. 사립대는 수입의 60% 가까이가 등록금일 정도로 등록금 의존도가 커 신입생 미달은 등록금 수입 결손으로 직결된다. 재정 위기가 심화된 대학들이 서강대의 ‘아이디어 사업화' 성과에 주목하는 이유다.

서강대 수학과와 물리학과를 졸업한 심 총장은 모교에서 물리학 석사를, 로마 그레고리안대에서 신학 박사를 한 예수회 소속 신부다. 지난 2월 서강대 제16대 총장으로 취임했다.